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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26. 2019

<겨울왕국 2> 리뷰

가을로 기워내는 겨울


<겨울왕국 2>

(Frozen II)

★★★☆


 다 잊으라던 그녀를 잊지 못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그 영화, <겨울왕국 2>가 마침내 선을 보였습니다. 예전만 해도 디즈니나 픽사 작품의 공식 속편이 꽤 새삼스러운 일이었는데, 최소한 <겨울왕국>만큼은 속편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죠. 전 세계적 흥행과 평가를 모두 잡은 것은 물론 캐릭터와 OST 등 그야말로 신드롬이 되었던 그들의 귀환입니다.



 어느 날부터 엘사의 귓가에 의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아렌델은 초자연적인 위험에 처합니다. 매번 조언을 아끼지 않던 트롤들은 이 모든 것이 과거에서 시작되었으며, 엘사의 힘에 얽힌 비밀과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이에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스벤, 올라프에 이르는 구국의 용사들은 왕국과 가문이 걸린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전편이 겨울이었다면 이번엔 가을입니다.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계절, 각자 품었던 색을 드러내는 계절을 무대로 주인공들의 세계와 영화의 세계관을 한껏 불립니다. 안전한 속편의 공식을 따라 주인공들의 과거와 가문을 소재로 삼고 판을 키우죠. 전편에서 명확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별 문제 없이 받아들였던 무언가를 나서서 정리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주인공들의 새로운 면면으로 승부수를 띄웁니다.



 사실 <겨울왕국>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 두면 속편은 아주 최소한의 흥미만으로도 알아서 선순환이 되어 굴러갑니다.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캐릭터들이 새로운 장면에서 새로운 대사를 읊는 것만으로도 존재 의의는 충분하죠. 남녀노소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특성상 옷이나 머리 등 새로운 스타일 또한 뜨거운 감자가 되구요. 


 정령이나 마법의 숲 등 2편을 위해 급조된 것이 분명한(...) 설정들은 기대하는 만큼의 효용을 보장합니다. 미스터리부터 액션까지, 하나의 영화를 지탱할 분량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죠. 엘사의 정체성이 한 꺼풀 더 강화됨에 따라 안나와의 관계도 한 단계 발전하고, 1편에서부터 이어 왔던 '디즈니가 21세기에 공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 책엔 한 장이 추가됩니다. 



 전반적으로 각본보다는 볼거리에 힘을 주었습니다. <토이 스토리 4>의 마지막 회전목마 장면에서 광원 활용 기술을 자랑했듯, 이번엔 실사 뺨치는 물과 얼음의 재현에 온 신경을 기울였죠. 그 덕에 자연경관만 나오는 몇몇 장면은 실사 영화와의 구분이 매우 어렵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선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이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중 어떤 것으로 분류되어야 맞는가 하는 논쟁도 있었지요.


 극의 중심을 잡고 끌어가는 이야기는 많이 약해졌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엘사가 갖고 있는 힘의 근원이자 가문의 비밀을 찾으러 가는 여정인데, 이 '여정'이 정말 단순히 길을 걸어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탓이죠. 따져 보면 필요하지 않거나 반복되는 대화로 가득찬 이 여정에 비해 목적지에 도달하고서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은 지나치게 간단하고 짧습니다. 뭐든 뚝뚝 끊기는 건 매한가지죠.



 여기엔 1편과는 달라진 OST 구성도 한몫합니다. 1편에선 대부분의 곡들이 팝에 가까웠다면, 이번엔 캐릭터의 감정과 독백을 그대로 읊는 뮤지컬에 가깝죠. 그러지 않아도 느린 호흡에 굳이 노래로 부르지 않아도 눈치챌 장치가 많고 많은 순간마다 한 곡씩 뽑으니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나 선호는 개인차지만, 영화와의 시너지가 크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죠.


 설정 만든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라는 식의 얼렁뚱땅 전개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주, 크게 이어집니다. 바위 거인이나 도마뱀 브루니 등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은 영화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캐릭터 산업에 이바지하는(...) 것 이상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죠. 덩치를 키우며 내실이 느슨해지는, 이제 또 말했다간 동일 게시글 도배로 블로그 정지를 먹을 속편의 실수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의도치 않게 늘어난 단점들은 다행히도 잘 파악하고 있던 장점들을 강화하며 상쇄합니다. 미모와 드레스는 빛이 나고, 음원 차트마저 정복할 명곡들은 또 줄을 섰습니다('Into the Unknown'과 'Show Yourself' 중 누가 'Let It Go'의 자리를 이어받게 될까요). 저주가 말이 되든 말든 올라프만 웃기면 그만인 아이들에겐 더욱 환영받을 영화가 되겠죠. 1편보다는 아쉬운 것이 분명하지만, 신드롬을 부활시키기엔 손색없는 연장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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