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Dec 12. 2019

<쥬만지: 넥스트 레벨> 리뷰

VR에 주사위 감성


<쥬만지: 넥스트 레벨>

(Jumanji: The Next Level)

★★☆


 2017년 개봉된 <쥬만지: 새로운 세계>가 무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깜짝 흥행에 성공했고, 자연스레 속편이 따라붙었습니다. 1편의 제이크 캐스단 감독과 드웨인 존슨, 잭 블랙, 케빈 하트, 카렌 길런은 물론 닉 조나스와 콜린 행크스, 네 명의 아이들까지 모두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얼굴로는 아콰피나, 대니 드비토, <왕좌의 게임>의 거산 로리 맥칸이 합류했구요. 



 쥬만지 게임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우리의 주인공들. 그러던 어느 날 영 울적해 보이던 스펜서가 남몰래 다시 한 번 쥬만지 속으로 사라지고, 스펜서의 행방을 쫓던 친구들 역시 다시 들어가기로 결심하죠. 거기에 스펜서의 할아버지인 에디와 친구 마일로까지 우연히 게임에 합류하게 되고, 위험천만한 게임 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간 이들은 한층 진화된 게임 속에서 목숨을 건 미션들을 시작합니다.


 말판에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옮기던 쥬만지가 콘솔 컨트롤러와 어설픈 VR 기기까지 건너뛰고는 최첨단 아바타 시스템으로 돌아왔습니다. 게임에 접속만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3개의 목숨이 허락하는 한 어마무시한 모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죠. 모든 규칙은 전과 같고, 색깔만 달라진 커다란 보석을 악당으로부터 되찾아 쥬만지의 평화를 되찾아야 하는 구성도 같습니다.



 전편과 관람등급은 같지만, 권장 시청 연령이 내려갔습니다. 1편이 가족 단위 관객들의 모든 구성원들을 겨냥한 영화였다면, 2편은 어린이 관객들이 몇 배는 즐거워할 영화죠. 단순한 개그는 반복되고, 분명 긴장이 되어야 할 상황에도 이렇다할 분위기 조성도 하지 못합니다. 병약했던 할아버지들이 신체와 두뇌 모두 특별한 캐릭터들의 몸에 들어가며 난리를 치는 패턴만이 반복되죠.


 기승전결의 모든 단계를 쉽게 쉽게 가려는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단순한 것과 성의없는 것을 자주 헷갈립니다. 분명 부서진 쥬만지를 단순히 다시 조립해서 들어왔음에도 완전히 다른 스테이지가 열리거나 캐릭터가 추가된 이유쯤은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죠. 3개짜리 목숨은 하나만 남아야 쫄깃(?)하니 대충 두 개쯤은 아무 생각 없이 낭비합니다. 



 영리하게 활용되었던 캐릭터별 강점과 약점은 어쩌다 지나가는 한두 개의 에피소드에 겨우 끼워넣습니다. 머릿수는 많아졌음에도 협동보다는 하나의 상황에 한 명의 활약을 강제합니다. 멀티플레이의 껍데기를 쓴 싱글플레이라고나 할까요. 때문에 전편과는 달리 캐릭터만 잘 고르고 상황만 잘 피하면 한두 명으로도 게임 격파는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전편에서는 게임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활용해 현실에서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면, 이번의 갈등들은 대체 게임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준비된 무대가 마치 본의 아니게 게임을 하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작위적이라는 이야기죠. 이 경우 이런 문제들은 이렇게 엄청난 게임이 있어야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애초에 영화가 그리 깊은 것들을 준비한 것 같지 않아 까다롭게 파고들기도 민망하지만, 간단한 것과 얕은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사막과 정글, 설산을 오가며 덩치만 한껏 불렸을 뿐 소재의 매력과 배우의 매력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여러 균형추에서도 꽤 훌륭하게 버텼던 전편과 비교하면 아쉽게도 분명한 퇴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결혼 이야기>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