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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Dec 24. 2019

<6 언더그라운드> 리뷰

폭발과 욕망의 덩어리


<6 언더그라운드>

(6 Underground)

★☆


 폭발을 폭발시키는 과학자 마이클 베이가 돌아왔습니다. 그 오랫동안 맡아 왔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타의 반 타의 반(...)으로 종말을 맞이하면서 앞길에도 제동이 걸렸고, 넷플릭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죠. 국내 포스터 카피부터 '모든 것이 터진다'며 지향점을 아주 확실히 잡은 <6 언더그라운드>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멜라니 로랑, 벤 하디, 아드리아 아르호나, 데이브 프랑코,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가 이름을 올렸죠.



 각자의 본명도 모르는 채 숫자로만 서로를 부르는 여섯 명. 사연 있는 억만장자 '원'의 주도로 모인 이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법의 잣대로 심판할 수 없는 악당 중의 악당들을 처단하는 최정예 요원들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위장한 덕에 누구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죠. 새로운 멤버 영입까지 끝낸 이들은 중동의 악명 높은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민주주의의 꿀맛을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다음 임무를 향해 출발합니다.


 시작부터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일단 카메라를 던져넣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넷이 차에 타고 도망을 치며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뒷좌석에서는 피가 솟구칩니다. 무엇 때문에 누구한테 도망치는지는커녕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알아서 설명을 해 주겠거니 하는 순간 영화는 한 명씩 설명을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도둑질 영화 등 패거리를 주인공으로 삼는 영화들이 가끔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마치 예능 프로그램처럼 한 명 한 명의 정보를 띄우며 각자의 과거 사연을 짤막하게 끼워넣는 편집이죠. 시간 대비 효율이나 효과는 확실하지만 산만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6 언더그라운드>는 그것을 시작과 동시에, 그것도 정신없는 자동차 추격전에 집어넣길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무엇을 언제 집어넣어야 옳은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찍어 놓은 화면들을 제멋대로 섞었습니다. 이 곳의 이야기와 저 곳의 이야기가 섞이고 집단의 이야기와 개인의 이야기가 섞이며 현재와 과거가 섞입니다. 거기에 유혈과 살색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장면, 러닝타임을 낭비하는 슬로우모션, 금발/미인/중동/아시아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 편견, 제작비 살살 녹는 파괴, 그리고 무분별하고 불필요한 폭발까지 마이클 베이의 단점이란 단점은 죄다 섞은 욕망의 덩어리입니다.



 파쿠르 액션이 나온다 하면 1인칭 카메라로 찍은 화면이, 화면에 원색이 좀 많아진다 싶으면 슬로우모션이, 군대가 좀 나온다 하면 헬리콥터 날개가 어김없이 나옵니다.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규칙과 패턴으로 점철되어 끊임없는 악순환을 달립니다. 각본으로 설명해야 할 것은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각적인 정보를 꾸역꾸역 더하는 데 자아도취되어 있죠.


 술병에서 술이 흘러나와 병이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다섯 번쯤 보고 나면, 이런 화면은 영화가 아니라 슈퍼카에 금목걸이 몇 개씩 걸고 나오는 래퍼들의 뮤직 비디오에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절실해집니다. 이쯤 되면 자신의 명성을 즐기다 못해 그 세계에 스스로 갇혀 버린 것만 같은데, 비교적 최근까지도 <13시간>처럼 균형을 알았던 감독의 결과물인 터라 더욱 믿기가 어렵죠.



 각본 내적인 것들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정예 요원들이라고 하기엔 실력이나 스케일부터 한심할 정도로 소박한 터라, 그를 바탕으로 삼은 무대나 기승전결의 완성도도 당연히 기대할 수 없죠. 악당들까지도 전부 다 원의 돈으로 사전에 섭외한, 부자들의 새로운 소일거리였다고 보는 결말이 차라리 더 논리적입니다. 배우, 감독,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누구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밑바닥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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