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언더그라운드> 리뷰

폭발과 욕망의 덩어리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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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언더그라운드>

(6 Underground)

★☆


폭발을 폭발시키는 과학자 마이클 베이가 돌아왔습니다. 그 오랫동안 맡아 왔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타의 반 타의 반(...)으로 종말을 맞이하면서 앞길에도 제동이 걸렸고, 넷플릭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죠. 국내 포스터 카피부터 '모든 것이 터진다'며 지향점을 아주 확실히 잡은 <6 언더그라운드>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멜라니 로랑, 벤 하디, 아드리아 아르호나, 데이브 프랑코,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가 이름을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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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본명도 모르는 채 숫자로만 서로를 부르는 여섯 명. 사연 있는 억만장자 '원'의 주도로 모인 이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법의 잣대로 심판할 수 없는 악당 중의 악당들을 처단하는 최정예 요원들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위장한 덕에 누구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죠. 새로운 멤버 영입까지 끝낸 이들은 중동의 악명 높은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민주주의의 꿀맛을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다음 임무를 향해 출발합니다.


시작부터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일단 카메라를 던져넣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넷이 차에 타고 도망을 치며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뒷좌석에서는 피가 솟구칩니다. 무엇 때문에 누구한테 도망치는지는커녕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알아서 설명을 해 주겠거니 하는 순간 영화는 한 명씩 설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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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도둑질 영화 등 패거리를 주인공으로 삼는 영화들이 가끔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마치 예능 프로그램처럼 한 명 한 명의 정보를 띄우며 각자의 과거 사연을 짤막하게 끼워넣는 편집이죠. 시간 대비 효율이나 효과는 확실하지만 산만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6 언더그라운드>는 그것을 시작과 동시에, 그것도 정신없는 자동차 추격전에 집어넣길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무엇을 언제 집어넣어야 옳은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찍어 놓은 화면들을 제멋대로 섞었습니다. 이 곳의 이야기와 저 곳의 이야기가 섞이고 집단의 이야기와 개인의 이야기가 섞이며 현재와 과거가 섞입니다. 거기에 유혈과 살색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장면, 러닝타임을 낭비하는 슬로우모션, 금발/미인/중동/아시아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 편견, 제작비 살살 녹는 파괴, 그리고 무분별하고 불필요한 폭발까지 마이클 베이의 단점이란 단점은 죄다 섞은 욕망의 덩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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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쿠르 액션이 나온다 하면 1인칭 카메라로 찍은 화면이, 화면에 원색이 좀 많아진다 싶으면 슬로우모션이, 군대가 좀 나온다 하면 헬리콥터 날개가 어김없이 나옵니다.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규칙과 패턴으로 점철되어 끊임없는 악순환을 달립니다. 각본으로 설명해야 할 것은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각적인 정보를 꾸역꾸역 더하는 데 자아도취되어 있죠.


술병에서 술이 흘러나와 병이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다섯 번쯤 보고 나면, 이런 화면은 영화가 아니라 슈퍼카에 금목걸이 몇 개씩 걸고 나오는 래퍼들의 뮤직 비디오에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절실해집니다. 이쯤 되면 자신의 명성을 즐기다 못해 그 세계에 스스로 갇혀 버린 것만 같은데, 비교적 최근까지도 <13시간>처럼 균형을 알았던 감독의 결과물인 터라 더욱 믿기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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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내적인 것들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정예 요원들이라고 하기엔 실력이나 스케일부터 한심할 정도로 소박한 터라, 그를 바탕으로 삼은 무대나 기승전결의 완성도도 당연히 기대할 수 없죠. 악당들까지도 전부 다 원의 돈으로 사전에 섭외한, 부자들의 새로운 소일거리였다고 보는 결말이 차라리 더 논리적입니다. 배우, 감독,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누구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밑바닥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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