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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an 03. 2020

<미드웨이> 리뷰

사지에서 안전제일


<미드웨이>

(Midway)

★★★


 2016년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이후 3년만에 복귀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미드웨이>입니다.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우디 해럴슨, 루크 에반스, 맨디 무어, 데니스 퀘이드, 아론 에크하트, 닉 조나스, 아사노 타다노부, 쿠니무라 준 등이 이름을 올렸죠. 본토에는 작년 11월에 개봉되었으나, 국내에는 경쟁작을 피해 두 달 정도 늦게 찾아왔습니다.



 1941년 진주만 공습 후, 전 세계를 향한 일본의 야욕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본토 공격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미군은 진주만 다음 일본의 공격 목표를 알아내기 위해 암호 해독에 열을 올리는 동시에 긴박하게 전열을 정비해 나가죠. 미국은 가까스로 두 번째 타겟이 미드웨이 섬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다혈질 파일럿 딕 베스트는 동료들과 함께 위대한 전투를 준비합니다.


 <투모로우>, <2012>, <인디펜던스 데이> 등, 롤랜드 에머리히는 재난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름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작들의 연이은 실패로 제작비 지원에도 차질이 생겼고,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였음에도 1억 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죠. 백악관 하나 터뜨렸던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1억 5천만 달러를 썼으니 이번엔 만들면서 눈물 좀 흘렸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허리띠 졸라맨 <미드웨이>는 주어진 재료에 충실합니다. 전쟁 영웅으로 추대하기 딱 좋아 보이는 주인공, 그런 그의 안위만 오매불망 걱정하는 가족,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우애로 다져진 동료, 마냥 악하지만은 않은 적 등 전쟁 영화 하면 으레 떠오르는 재료들은 아쉽지 않게 갖추고 있죠. 그러면서도 어느 한 쪽에 과하게 힘을 줘서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구요.


 무엇보다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최대한의 볼거리를 이끌어내겠다는 일념이 엿보입니다. 러닝타임을 어떻게든 아껴 조금이라도 많은 전투씬을 보여주려 노력하죠. 단순히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조금이라도 편집할 여지가 있는 장면들은 모두 덜어냈습니다. 작전을 준비하는 대화 바로 다음 장면이 전투 직전의 활공으로 이어지는 식이죠.



 조금 부족한 CG에 적응만 하고 나면 눈요기는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처절함을 필두로 한 사실성보다는 박진감을 내세운 오락성을 추구한 덕입니다.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 사이로 오로지 목표물만 바라보고 날아가는 전투기의 속도감을 효과적으로 담아냈죠. 특히 자주 활용하는 1인칭 시점 덕에 현장감은 VR 체험 영상에 필적합니다. 


 특정한 것을 잘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어느 하나라도 못하지 않으려는 느낌입니다. 전쟁 영화라고는 하지만 정확히는 파일럿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에 액션의 양상도 단조롭습니다. 육지에서 총을 쏘는 장면은 단 한 개도 없고, 모든 상황에서 전투기들의 폭탄 투하 작업만이 반복되죠. 아론 에크하트가 맡은 둘리틀의 분량은 어느 모로 보나 불필요해 보이지만, 끝나는 시점엔 중국 자본을 의식한 것이겠거니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족애, 동료애, 승리 등 흠뻑 취할 수 있는 것들에도 쉽게 발을 담그지 않은 채 적당히 전진합니다. 대부분의 감상은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찾아나서야 하는 곳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지로 돌진하지만, 그 행동의 위대함을 애써 치켜세우지는 않는 식이죠. 무언가를 강제하려고 하지는 않으나, 그만큼 돌아서면 뇌리에 남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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