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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포에버> 리뷰

여전하다는 개성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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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포에버>

(Bad Boys for Life)

★★★


마지막이었던 2편으로부터 어언 17년이 지난 <나쁜 녀석들>이 3편으로 돌아왔습니다. 1편이 95년 영화였으니 어느새 25년째 장수하는 시리즈가 되었네요. <맨 인 블랙>보다 앞서 윌 스미스의 배우 생활 초기 인기를 책임졌던 영화였고, 속편 소식이 살살 흘러나온지 10년도 넘었던 터라 아무도 정말로 나올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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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강력반의 베테랑 형사 마이크는 오늘도 범죄 소탕에 열성이지만, 그의 파트너 마커스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마커스의 은퇴를 만류하던 마이크는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의 급습에 죽음의 위기를 넘기죠. 이 일생일대의 위협에 마이크와 마커스는 마지막으로 힘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나쁜 녀석들의 새로운 미션이 시작됩니다.


재료들은 적당합니다. 여느 속편들이 그러하듯 과거의 인연에서 새로운 악당을 끌고 돌아왔고,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여전히 더없는 액션 현역입니다. 애초에 액션에 올인하기보다는 버디 캅 장르 특유의 상황극과 만담이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터라 더욱 문제없죠. 첫 데이트 날 총 맞아 죽을 뻔했던 레지까지 데리고 왔으니(!) 팬들의 환호는 따 놓은 당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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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무게 잡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20세기 액션 스타들을 탄생시킨 시리즈들은 대부분 21세기에도 속편을 내놓았고, 비슷한 노선을 취했습니다. 주인공의 수법은 이제 낡았으니 젊고 팔팔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초면인 신참에게 면박도 당하고, 최신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굴욕도 맛봅니다. 처음엔 남은 혈기로 아직 살아 있다고 빡빡 우기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내면의 자존심부터 흔들리죠.


<다이 하드>, <람보>, <록키> 등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캐릭터들도 피해 가지 못한 길입니다. <나쁜 녀석들>도 마찬가지죠. 경찰 뱃지는 벨트 장식용으로 달고 다닐 뿐, 문짝 차고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수던 마이크와 마커스에게도 이제는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졌죠.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이니, 세상에 남은 한 줄기 희망은 그들이 왕년의 영광을 재현할 완벽한 무대를 다시 한 번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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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대에선 혈기가 왕성한 마이크와 할머니 다 된(?) 마커스의 개성이 한결같은 주 무기입니다. 환상의 짝과 최악의 짝을 오가는 둘의 시너지가 액션부터 코미디까지의 대부분을 책임지죠. 한 명이 사고를 치면 다른 한 명이 막아내고, 한 명이 등을 보이면 다른 한 명이 엄호를 나섭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토스를 날리면 스파이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윌 스미스를 있게 한 <맨 인 블랙>은 작년의 <인터내셔널>이 시리즈의 셔터를 내려 버렸지만, 다행히도 <나쁜 녀석들>만큼은 바뀐 시대에 자신들의 스타일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한두 곳 손대다가 시리즈의 정수를 망치느니 차라리 뚝심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다행히도 알고 있죠. 예전을 그대로 재현한 화끈하고 맹렬한 기세가 오히려 역으로 새로운 강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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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걱정을 깨고 성공적인 오락 영화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마이크와 마커스 콤비, 그리고 <나쁜 녀석들> 시리즈 둘 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추구한 덕에 승자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안에서 주장한 바를 밖에서 몸소 실천한 모범 사례가 되겠네요. 다만 완전히 똑같은 수법은 이번 한 번만 먹힌다는 점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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