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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an 23. 2020

<나쁜 녀석들: 포에버> 리뷰

여전하다는 개성


<나쁜 녀석들: 포에버>

(Bad Boys for Life)

★★★


 마지막이었던 2편으로부터 어언 17년이 지난 <나쁜 녀석들>이 3편으로 돌아왔습니다. 1편이 95년 영화였으니 어느새 25년째 장수하는 시리즈가 되었네요. <맨 인 블랙>보다 앞서 윌 스미스의 배우 생활 초기 인기를 책임졌던 영화였고, 속편 소식이 살살 흘러나온지 10년도 넘었던 터라 아무도 정말로 나올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입니다.



 마이애미 강력반의 베테랑 형사 마이크는 오늘도 범죄 소탕에 열성이지만, 그의 파트너 마커스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마커스의 은퇴를 만류하던 마이크는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의 급습에 죽음의 위기를 넘기죠. 이 일생일대의 위협에 마이크와 마커스는 마지막으로 힘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나쁜 녀석들의 새로운 미션이 시작됩니다.


 재료들은 적당합니다. 여느 속편들이 그러하듯 과거의 인연에서 새로운 악당을 끌고 돌아왔고,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여전히 더없는 액션 현역입니다. 애초에 액션에 올인하기보다는 버디 캅 장르 특유의 상황극과 만담이 재미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터라 더욱 문제없죠. 첫 데이트 날 총 맞아 죽을 뻔했던 레지까지 데리고 왔으니(!) 팬들의 환호는 따 놓은 당상입니다.



 나름대로 무게 잡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20세기 액션 스타들을 탄생시킨 시리즈들은 대부분 21세기에도 속편을 내놓았고, 비슷한 노선을 취했습니다. 주인공의 수법은 이제 낡았으니 젊고 팔팔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초면인 신참에게 면박도 당하고, 최신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굴욕도 맛봅니다. 처음엔 남은 혈기로 아직 살아 있다고 빡빡 우기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내면의 자존심부터 흔들리죠. 


 <다이 하드>, <람보>, <록키> 등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캐릭터들도 피해 가지 못한 길입니다. <나쁜 녀석들>도 마찬가지죠. 경찰 뱃지는 벨트 장식용으로 달고 다닐 뿐, 문짝 차고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수던 마이크와 마커스에게도 이제는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졌죠.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이니, 세상에 남은 한 줄기 희망은 그들이 왕년의 영광을 재현할 완벽한 무대를 다시 한 번 준비합니다.



 그 무대에선 혈기가 왕성한 마이크와 할머니 다 된(?) 마커스의 개성이 한결같은 주 무기입니다. 환상의 짝과 최악의 짝을 오가는 둘의 시너지가 액션부터 코미디까지의 대부분을 책임지죠. 한 명이 사고를 치면 다른 한 명이 막아내고, 한 명이 등을 보이면 다른 한 명이 엄호를 나섭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토스를 날리면 스파이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윌 스미스를 있게 한 <맨 인 블랙>은 작년의 <인터내셔널>이 시리즈의 셔터를 내려 버렸지만, 다행히도 <나쁜 녀석들>만큼은 바뀐 시대에 자신들의 스타일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한두 곳 손대다가 시리즈의 정수를 망치느니 차라리 뚝심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다행히도 알고 있죠. 예전을 그대로 재현한 화끈하고 맹렬한 기세가 오히려 역으로 새로운 강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걱정을 깨고 성공적인 오락 영화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마이크와 마커스 콤비, 그리고 <나쁜 녀석들> 시리즈 둘 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추구한 덕에 승자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안에서 주장한 바를 밖에서 몸소 실천한 모범 사례가 되겠네요. 다만 완전히 똑같은 수법은 이번 한 번만 먹힌다는 점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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