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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r 01. 2020

<수퍼 소닉> 리뷰

규정 속도로 안전 운전


<수퍼 소닉>

(Sonic the Hedgehog)

★★★


 파란 건 맞지만 고슴도치인 건 항상 의심스러웠던(...) 소닉도 실사판 빔을 맞았습니다. 흉물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최초 예고편 사태 이후 과감하게도 디자인 전면 수정에 들어갔고, 훨씬 나은 용모로 2020년을 넘겨 개봉했죠. 주인공 소닉의 목소리는 드라마 쪽에서 활약해 한국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할 벤 슈와츠가 맡았습니다. 인간 주인공(?)으로는 제임스 마스던과 짐 캐리가 이름을 올렸구요.



 고향 행성에서 조금 특별한 존재로 태어나 신나게 뛰어다니던 우리의 주인공 소닉. 그 능력을 탐낸 존재들에게서 도망쳐 지구에 불시착하지만, 남몰래 완벽히 적응해 혼자만의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10년의 침묵도 잠시, 불의의 사고로 미치광이 과학자 닥터 로보트닉이 소닉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에 소닉은 어쩌다 합류하게 된 경찰관 톰과 함께 생존을 위한 질주를 시작하죠.


 소닉 하면 그래도 20세기를 대표하는 캐릭터 목록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슬슬 가물가물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요. 때문에 <수퍼 소닉>은 시작과 동시에 간단하지만 어려운 작업에 직면합니다. 소닉이라는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원작 팬과 새로 유입될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바로 그 자리를 찾아야 했죠.



 영화는 그 대답으로 과감함과 기발함을 내놓습니다. 소닉은 외계 생물 중에서도 특별한 색과 능력을 타고난 존재입니다. 게임에서 화폐(?)가 되었던 금색 고리는 허공에 던지면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죠. 타고난 특별함 때문에 지구로 도망쳐 외톨이처럼 살아야 했지만, 원체 밝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부족함 없이 살아 왔다는 출발점을 설정합니다.


 얼핏 보면 뻔하고 흔한 인물이나 장면들을 <수퍼 소닉>만의 상황에 맞추어 재구성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고리를 잃어버린 채 로보트닉의 추적을 피해야만 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하는 탓에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초능력도 아낍니다. 파란 괴물이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대충 어린애인 줄 아는 사람들, 닥터 로보트닉의 우스꽝스러운 외모 등은 전체 관람가 등급의 익살로 넘어가구요.



 캐릭터가 캐릭터인 만큼, <수퍼 소닉>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매력 포인트는 소닉의 속도에서 나옵니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멈추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고,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긴장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죠. 닥터 로보트닉의 드론들이 만화영화마냥 수십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도 콧방귀 한 번 뀌어 주고 그 사이로 달리면 그만입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포칼립스>가 선사했던 퀵실버 액션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대단한 설명이 없어도 그저 본능적으로 멋진 장면들이 이어지죠. 파란 고슴도치가 뛰어다니는 어린이 영화치고는 기대 이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이해하기가 어려운 등 수위를 넘어서지도 않구요.


 전신 성형으로 한껏 귀여워진 소닉도 의외로 별 이질감 없이 바라보게 되지만, 누구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캐릭터는 다름아닌 닥터 로보트닉 역의 짐 캐리입니다. 짐 캐리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남녀노소 모두의 코미디로 뻔한 악당을 뻔하지 않게 소화해내죠. 경찰관 톰 역으로는 당초 크리스 프랫을 고려해 컨셉 포스터까지 제작했었다고 하는데, 로보트닉만큼은 짐 캐리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소화할 수 없었을 듯 싶습니다.



 적당히 부드럽고 안전한 전개로 사랑스러움을 유지합니다. 소닉이 지구를 떠나게 된다면 '그 식물'이 가득한 바로 그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설정은 모든 팬들의 내적 미소를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했죠. 게임 원작 영화들은 당연히 가는 줄만 알았던 공동묘지도 외면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속편과 새로운 세계관의 가능성도 활짝 열어 둔 영화에겐 아주 잘 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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