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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r 30. 2020

<클로젯> 리뷰

철 지난 옷 가득


<클로젯>

★★


 김광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하정우와 김남길이 투톱으로 나선 <클로젯>입니다. <벽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어감이 어색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죠. 신인 감독의 공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약 70억 원의 제작비를 유치했고, 지금까지 전국 관객수 126만 명을 모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터라 생각보다 빠르게 2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과 그의 딸 이나. 상원은 소원해진 이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새 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어긋난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이나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이나의 방 안에 있는 벽장에서는 기이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상원마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 지 얼마 후, 이나는 벽장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외로움을 타는 아이 앞에 친구를 자청하며 나타난 미지의 존재. 누가 봐도 이상하고 수상쩍게 생겼지만(...) 아이의 눈에는 둘도 없는 단짝입니다. 그렇게 아이와 점점 가까워진 그 존재는 이내 자신의 진짜 계획을 꺼내놓고, 아이의 흔적을 좇던 또 다른 주인공은 본색을 드러낸 괴물과 대결합니다. 최근 영화들 가운데에선 <그것>의 페니와이즈가 떠오르는 구성이죠.



 어디서 본 얼개에 어디서 본 디테일을 잔뜩 붙였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섞고 과거와 현대를 섞었습니다. 숲 속 저택의 옷장에 부적이 붙습니다. 무당이 굿을 하더니 최첨단 장비들로 파동을 측정합니다. 이 많은 것을 한 곳에 비볐음에도 독창적인 맛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 자체로도 누구의 감상에서도 빠질 수 없는 단점일 되는 것도 모자라, 설정의 산만함과 구멍 등 부차적인 문제까지도 야기합니다.


 귀신에 홀려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선 <곡성>이, 사라진 자식을 데리러 다른 공간으로 용감무쌍히 향하는 아버지에게선 <인시디어스>가 떠오릅니다. 인물과 상황, 전개 모두에 영화 제목 하나씩은 붙일 수 있습니다. 의심의 물음표가 하나씩 늘어나다 보면 별 잡음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구석에도 핏대를 세우게 되죠. 최소한 참신하기라도 한 설정은 수많은 B급 영화들과 공포 영화들의 무기가 되지만, 슬프게도 <클로젯>은 몇 안 되는 장점마저 확보에 실패합니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어디서 끔찍하게 생긴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키는 값싼 연출뿐입니다. 설정과 전개상 아무런 필요가 없어도, 심지어는 말이 되지 않아도 일단 지르고 봅니다. 옷장에서 한복을 입은 귀신이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는 장면을 '우리 엄마가 어떻게든 못 들어오게 보호하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변명하는 식이죠. 


 결말부를 묶고 영화를 갑작스레 관통하는 주제의식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일에 치인 상원의 행동은 귀신의 원한을 살 정도로 추악하지 않았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려 비인륜적 행위를 한 사례와는 당연히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대충 아이가 힘들어하는 원인을 제공한 부모들을 동일선상에 올리고는 그 대표자로 상원을 내세웁니다.



 결국 진심의 뉘우침이나 각별한 사랑에 앞서 필요한 것은 적당한 관심과 용기, 그리고 재력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차근차근 설득을 해도 한참 모자랄 마당에 갑자기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놓고는 정신없이 뒤섞고 끝을 냅니다. 뭐가 어떻게 뭐라고 하면서 지나갔는지 알 수도 없지만, 딱히 되새기고픈 의지도 불어넣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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