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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27. 2020

<강철비2: 정상회담> 리뷰

사공 많은 잠수함


<강철비2: 정상회담>

★★★


 2017년 12월 개봉되어 445만 관객을 동원했던 <강철비>가 돌아왔습니다. 전편의 양우석 감독과 주연배우 정우성, 곽도원이 모두 돌아왔고, 새로운 얼굴로 유연석, 신정근, 염정아, 류수영 등이 합류했죠. 여기에 미 대통령 역할을 맡은 앵거스 맥페이든은 <이퀼리브리엄>의 악당이라고 하면 기억할 팬들이 조금 있을 것 같네요.



 북한 원산,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 북한 위원장, 미국 대통령이 모인 정상회담이 개최됩니다.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 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의 인질이 되죠. 그렇게 좁디 좁은 함장실 안, 누구도 예기치 못한 진짜 정상회담이 시작됩니다.


 제목은 <강철비 2>지만 보시다시피 전작과의 연결점은 아주 희미합니다. 감독과 주연배우를 포함한 몇몇 출연진, 쿠데타라는 소재 정도를 제외하면 '2'라는 숫자가 붙을 이유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애초에 이어서 출연한 두 주연의 국적마저 정반대로 바뀐 마당이라 평행 세계라고 해야 겨우 납득할까 싶은 설정이죠. <반도>가 <부산행> 속편이라는 홍보보다 더욱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영화는 남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커다란 소재를 다루면서도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을 택합니다. 세 국가의 정상을 잠수함, 그것도 잠수함의 함장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몰아넣죠. 때문에 후반부 전까지는 대화 위주의 전개를 이어가는데, 다루는 인물들의 덩치는 전작에 비해 훨씬 커졌음에도 활동 반경은 의외로 넓지 않은 편입니다.


 잠수함 안에서의 대화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뉩니다. 잠수함에 실린 핵을 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총국장과의 대치, 그리고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세 정상의 회담이죠. 어쩔 수 없이 후자 쪽이 비교적 지루할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적절한 타이밍에 전자를 섞으며 흡인력을 유지합니다. 일이 마무리되어 가는 후반부엔 본격적으로 잠수함 액션을 꺼내놓기도 하구요.



 인물과 사건은 각각 메시지를 담당하는 알맹이와 눈요기를 담당하는 껍데기 쪽으로 비중을 나누어 갖습니다.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으려면 뛰어남과 균형을 모두 갖추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강철비 2>는 인물 쪽에서 누수가 발생합니다. 나중에 별 비중도 없는 인물들까지 초반부부터 마구 쏟아내며 인력시장(?)을 넓히는데, 막상 써먹는 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 극소수마저 이보다 1차원적일 수 없습니다. 당장 주인공인 한경재 대통령부터가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한의 선인이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정의롭고 옳은 말만 읊으며 상황의 해결책을 찾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반대로 스무트 미 대통령은 가진 권력과는 정반대로 입이나 행동 모두 천박하고 험해 한경재 대통령을 빛내는 도구의 도구가 되구요.



 유연석의 위원장이나 곽도원의 총국장 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선악이나 쓰임새 모두 지나치게 명명백백한 탓에 닥쳐오는 상황에서의 역할 분배가 충분히 예상되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길 반복합니다. 때문에 후반부에 접어들면 포스터에도 없던 신정근의 장기석 부함장이 기대하지 않았던 존재감을 뽐내죠.


 이 존재감은 여느 영화에서 주력 무기로는 곧잘 사용하지 않는 잠수함 액션 덕이 큽니다. 잠수 깊이를 끊임없이 바꿔 가며 어뢰의 움직임을 초 단위로 예측해 대응하는 광경은 꽤 훌륭한 긴장감을 발산하죠. 개인의 역량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혈혈단신으로 돌진해 적진을 쓸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니 영화의 재료와는 썩 잘 맞는 선택인 셈입니다.



 여성 관객들보다는 남성 관객들의, 청년 관객들보다는 중장년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을 영화입니다. 평범한 대사나 상황도 소위 '올드한' 것 위주인데다 개그 쪽은 처참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죠. 여기에 주변국들의 우호도처럼 간접적인 것부터 주인공 넥타이 색처럼 직접적인 것까지 정치적 입지도 분명한데, 그러지 않아도 한정적인 잠재 관객층을 또 나서서 쪼개는 선택은 현명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끌어와 애국심을 자극하고 북한말 대사에 자막을 다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려 노력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드러낸 정치적 야심은 점점 가속도를 붙이고, 결국 참지 못한 최후반부의 사족은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한 선전이 되죠. 목적은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영화 밖의 의도가 영화 안의 균형을 위협한다면 무리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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