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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08. 202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피가 묶은 사람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2015년 <오피스>로 장편 데뷔한 홍원찬 감독의 복귀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입니다. <신세계>에서 함께한 황정민과 이정재를 필두로 박정민, 최희서, 박명훈, 오대환 등이 이름을 올렸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 구절에서 따 온 제목 덕에 첫인상부터 분위기가 한껏 살아 있습니다. 개봉 4일차만에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시장에 활기도 불어넣고 있구요.



 마지막 청부 살인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살려던 암살자 인남. 그러나 태국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납치 사건이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고 곧바로 그 뒤를 쫓기 시작하죠. 한편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했음을 알게 된 레이 또한 무자비한 복수를 위해 태국으로 향하고, 그렇게 처절한 암살자와 무자비한 추격자의 지독한 대결이 막을 올립니다.


 첫 장면부터 인상이 다릅니다. 색감은 강렬하고 화면 구성도 깔끔합니다. 정확히 액션 영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영화 초장부터 아주 분명히 합니다. 액션이 아닌 정적 장면에서는 마치 인물들을 풍경 액자에 담듯 멀리서 찍고, 액션이 가득한 동적 장면에서는 화면의 속도와 편집을 한껏 이용해 현장의 생동감과 타격감을 극대화합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바로 이 액션을 동력으로 끊임없이 질주하는 기차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크고 작은 갈등 관계는 이어질 물리적 충돌을 위한 재료이자 초석으로 사용되죠. 고문 혹은 살인이라는 반인륜적 행위에서 도덕적인 여지를 최대한으로 덜어낸 뒤, 오로지 이 영화를 위한 법칙이자 대화 수단으로 십분 활용합니다.


 덕분에 군더더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결심은 종종 영화 전체는 물론 인간의 존재 의의까지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저 주인공들이 가장 잘 하고 가장 쉽게 하는 일에 불과하죠. 취해서 하다 보면 이걸 왜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저 이것이야말로 내 삶의 활력을 부여하는 일이기에 끊지 못하는 본능입니다. 선택과 집중의 모범이죠.



 워낙 짐승같은 놈이라 누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주연들 설정쯤은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영화 스스로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 레이가 자신의 동기를 설명하는 장면을 따로 집어넣기도 하죠. 자기가 자기 스스로의 만족과 성취감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데엔 아주 대단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법입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연결고리들 중 살육을 제외한 것들은 다소 힘이 떨어집니다. 자기가 아닌 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조연들이 특히나 그렇죠. 통화만 했음에도 각본상 필요가 없어져 추적당해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 다녔음에도 이후 활약이 남았으니 아무런 설명 없이 살아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셈이죠.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인남을 제외한 모두가 평균 이상의 개성과 채도를 발산하는 터라 자칫 과해지기 쉽지만, 그럴 때마다 명도만으로 무장한 인남이 영화의 균형을 맞추죠. 비슷한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기해 왔음에도 매번 해당 영화의 해당 캐릭터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배우들에게도 큰 공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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