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Nov 28. 2020

<프리키 데스데이> 리뷰

하이 스쿨 킬러


<프리키 데스데이>

(Freaky)

★★★


 꽤나 빠른 시간에 'B급 영화 명가'라는 모순(?)을 완성시킨 블룸하우스의 신작, <프리키 데스데이>입니다. 원제는 <Freaky>지만, 재미있게도 국내 공식 제목 공모 이벤트를 열어 결정된 제목이죠.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하이스쿨 킬러(Hi School Killer)>로 응모를 해 보았으나 슬프게도 빛의 속도로 묻히고 말았습니다.



 평범 이하, 존재감 제로 고등학생 밀리는 오늘도 몇 안 되는 친구들과 함께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전설로만 치부됐던 '블리스필드 연쇄살인마'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죠. 그래도 무슨 일이 있겠냐며 홀로 엄마를 기다리던 밀리 앞에 그가 나타나고, 정신없이 도망치다 눈을 뜬 곳은 자신의 방도, 자신의 몸도 아니었습니다.


 로맨스부터 호러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나오는 몸 바뀌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하도 많이 나와서 '바디 스왑(Body Swap)'이라는 장르명까지 붙었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의 몸이 바뀌니 일단 웃음 포인트는 쌓아두고 들어가고, 서로의 상황이나 처지에 공감하는 인간적인 전개도 따 놓은 당상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드라마 장르에서 큰 폭발력을 발휘하죠.



 그런 면에서 <프리키 데스데이>는 한없이 오락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자신감이라고는 없는 고등학생과 남는 건 힘뿐인 연쇄살인마가 바뀐다니, 그냥 상상만 해도 대강 그림이 그려집니다. 영화는 그 그림을 충실하게 한 땀씩 그려나가죠. 진지하거나 무거운 면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장면을 기대하면 얼마 뒤 현실이 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눈앞에 사람만 있으면 죽이려고 하는 살인마가 도대체 전설씩이나 될 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가 하는 궁금증, 분명 차로 40분이 걸린다던 거리를 뛰어서 온 것 같은 장면에 갖는 의문 등은 소용이 없습니다. 보여주는 대로 봐야 하고 들려주는 대로 들어야 합니다. 어차피 심심하다 싶으면 사람이 통째로 갈려나가는 터라 뇌가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기도 합니다.



 호러나 스릴러보다도 슬래셔나 스플래터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영화입니다. 사람 목에 와인병을 쑤셔넣어 깨뜨리는(!) 장면 등 최소한 잔인성 쪽에서는 진입 장벽이 의외로 높은 편인데, 또 아주 코믹하지만은 않아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필 최종 결정된 제목도 <해피 데스데이>가 연상되는 통에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다가는 충격과 공포에 시달리기 딱 좋죠.


 주인공은 캐서린 뉴튼이지만 아무래도 빈스 본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대고, 실제로 효과를 봅니다. 저 멀리 서 있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는 위압감을 지닌 연쇄살인마와 자존감은 바닥이지만 여리고 귀여운 고등학생 모두를 무섭고 깜찍하게 연기해내죠. 반면 살인마가 된 순간부터 똑같은 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캐서린 뉴튼 쪽은 영화도 딱히 주목하는 것 같지 않구요.



 목적과 의도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썰고나 다니는 영화같다가도 캐릭터나 대사를 골라내는 모양새엔 2020년식 쿨함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이 추세가 한결같다면 참 좋겠으나 슬프게도 그렇지만은 않죠. 이것이 블룸하우스의 미래다 시리즈를 만들어낸다면 <판타지 아일랜드>가 절망 편이, <프리키 데스데이>가 희망 편이 될 듯 싶네요.

작가의 이전글 <내가 죽던 날>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