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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28. 2020

<이웃사촌> 리뷰

무던하다 못해 무딘


<이웃사촌>

★★☆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까지는 거의 3년을 기다리고 만 바로 그 영화, <이웃사촌>입니다. 2013년 <7번방의 선물>로 1280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의 신작이자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지승현 등이 이름을 올린 작품이죠. 개봉이 늦은 만큼 대규모 시사회를 여러 번 개최하며 초반 입소문을 노리고 있는 듯 합니다.



 백수가장 좌천위기 도청팀장 대권은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이의식의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새 임무를 맡습니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온 도청 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정체불명의 부스럭 소리까지, 말 그대로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죠. 건수 하나만 잘 잡아 큰 활약을 해내겠다는 일념도 잠시, 조금씩 나사가 풀려가는 감시에도 의연한 의식의 모습은 이내 대권마저 흔들기 시작합니다.


 다들 떠오르는 영화들이 두어 편씩 있을 겁니다. 인간적인 정치인을 묘사한 <변호인>부터 도청으로 엮이는 <타인의 삶> 정도가 되겠죠. <이웃사촌>은 언급한 소재들에 기대한 높낮이를 모두 갖추려 노력합니다. 가벼울 때는 한없이 가볍고 무거울 때는 또 한없이 무겁습니다. 부녀의 눈물 찔끔 나는 애정과 사형수 이슈를 섞었던 전작 <7번방의 선물>과 비슷한 접근이죠.



 설정한 캐릭터에 기대하는 장면은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우직하고 신념으로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정우의 대권, 그 옳음의 방향을 제시하는 위인과 같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오달수의 의식부터 그렇죠. 돌담을 사이에 두고도 어느새 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관계로 성장하고 또 발전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꽤 크게 비어 있다는 겁니다. 등장인물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절대악에 맞서 우리라도 버텨야 한다는 일종의 대의죠. 그러나 동종의 영화들이 시대상을 끊임없이 나열하는 등 바깥 세상에 집중하며 주인공들의 동기를 키워간 반면, <이웃사촌>은 꽤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기에 어느새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이 다소 뜬금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주인공의 혼잣말이 시대의 외침이 되는 사이 김병철의 동식, 조현철의 영철, 이유비의 은진 등은 그저 에피소드 생산용 도구로 전락합니다. 영화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그를 전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데, 그에 따라 인물들의 속성마저도 딴판으로 바뀌는 통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실없던 사람은 무거워지고 무겁던 사람은 실없어져 균형은 여전히 맞지 않구요.


 개중에서도 김희원의 김실장이 이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출발은 <변호인>의 곽도원 정도를 노리며 순탄하게 흘러가지만, 정말 악독해져 캐릭터 속성을 굳혀야 하는 시점에 마치 영화 스스로가 캐릭터의 지나친 무게를 감당하고 싶지 않은 듯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죠. 다른 이들이 우스워지는 동안 유일하게 영화의 후반 분위기를 예고한 인물이라 온도차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분명 원래 개봉하려던 시점에서 약 2년밖에 늦지 않았음에도 지금의 극장가와는 더욱 미묘하게 어긋나는 영화입니다. 한 곡의 노래나 한 마디의 대사에 시대의 향수를 담아 영화의 상징으로 삼으려 하는데, 대강 2011년 <써니>나 2013년 <7번방의 선물> 즈음의 감성이죠. 소재의 복고는 있을 수 있어도 연출 방식의 복고는 없음을 본의 아니게 깨우쳐 주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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