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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28. 2020

<런> 리뷰

뒤틀린 직진


<런>

(Run)

★★★☆


 2018년 <서치>로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 반열에 이름을 올린 아니쉬 차간티의 신작, <런>입니다. 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을 필두로 <서치>의 인연인 사라 손과 에리카 젠킨스도 살짝 함께했죠. 지난 20일 개봉되어 다시금 조용해진 국내 극장가엔 아주 작게나마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지만, 상황이 여전한 본토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외딴 집에서 엄마 다이앤과 함께 살고 있는 클로이. 당뇨, 발진, 하반신 마비 등 선천적인 어려움 탓에 언제나 힘이 들지만, 일상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엄마 덕분에 매일을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에서 무언가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고, 그 작은 순간에서부터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죠.


 전형적인 퍼즐 형식의 영화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조금씩 구르고 구르며 단서들을 흡수해 거대한 무언가로 탈바꿈하는 구성이죠. 화면 속 사물에 집중하며 관객들에게도 무언가를 이해할 충분한 시간을 반복적으로 제공합니다. 마침내 드러나는 그림 자체에 의존하기보다는 그 과정에도 흥미를 입히려고 노력하구요. 감독의 전작 <서치>를 보았다면 확실히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느낄 작품이죠.



 갖고 출발한 재료들이 영화 내적으로 딱딱 맞물려 정확한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덕분에 짧고 굵은 러닝타임 동안만큼은 이들이 벌이는 이야기에 수월하게 집중할 수 있죠. 한편으로는 이 이상의 무언가를 딱히 생각할 수도, 생각할 필요도 없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시간에 예고된 대로 닫히며 사건을 완전히 종결시키는데, 이마저도 감독의 전작과 공유하는 장점이자 한계가 됩니다.


 사건의 전말을 풀어나가는 스릴러의 전개가 비교적 예측하기 쉽다면 꽤 큰 단점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런>은 그를 일찍이 깨닫고 커다란 기승전결보다는 장면 하나하나의 긴장에 집중합니다. 클로이는 끊임없는 도전과 위기에 직면하고, 그 때 그 순간의 그녀만이 해낼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죠.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조립식 집게(?)를 이용하는 장면 등이 그렇습니다.


 물론 같은 접근법을 반복하려다 보니 간혹 아슬아슬한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오로지 긴장감을 확보하거나 사건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장치들이죠. 편지함도 없이 집배원이 굳이 매번 직접 들러 우편물을 준다거나, 핸드폰이 없어 검색을 하지 못하니 홈스쿨링으로 수재가 되어 <나 홀로 집에>를 찍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치밀해 보이나 뒤돌면 허술한 것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나죠.



 그러나 선을 넘지 않습니다. 무대가 열리고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깔끔하다는 단어가 곧잘 어울립니다. 실제 휠체어 사용자인 주연배우 키에라 앨런을 향한 개인적인 헌사까지도 놓치지 않죠. 본토에서도 어버이날인 5월 8일에 개봉하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훌루에서 공개된 작품으로는 역사상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다행은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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