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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Dec 26. 2020

<폰조> 리뷰

갑자기 분뇨를 싸지름


<폰조>

(Capone)

★☆


 감독 조쉬 트랭크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내놓은 <크로니클>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주목받는 신예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영 곱지 못한 소문과 <판타스틱 4>라는 슬픈 차기작 덕에 참으로 빨리 재기불능 딱지를 붙여야 했죠.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 같던 그가 무려 톰 하디를 데리고 5년만에 복귀했으니, 왜인지 원제 <Capone>를 저버린 <폰조>입니다.



 역사상 가장 악랄한 전설의 갱스터 알폰소 카포네. 10년의 감옥 생활 끝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정신 상태 탓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그에겐 고역입니다. 이제는 불명예가 되어 버린 카포네라는 이름에 엮여 그의 곁에 있는 가족들조차 의지할 수 없는 상황, 어딘가에 숨겨두었다고 전해지는 거액의 돈을 쫓는 FBI의 추적까지 그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 <레전드>, <락큰롤라>, <로우리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톰 하디와 무법지대 갱스터는 은근한 평균 이상의 조화를 자랑해 왔습니다. 그런 그가 어쩌면 실존했던 뒷세계 거물들 중에서는 최고봉으로 꼽을 만한 알 카포네를 연기한다니, 촬영 초기 분장 사진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긴 충분했죠. 노년을 다룬다는 사실도 마냥 실험적으로 신선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폰조>는 화려했던 지난날을 모두 뒤로한 채 추해질 대로 추해진 알 카포네의 말년에서 출발합니다. 보통 누군가의 마지막을 다루는 영화들은 반복적으로 교차되는 과거 회상을 통해 두 시절의 대비를 그리곤 하죠. 한 쪽이 밝았다면 다른 한 쪽이 어두운 식입니다. 실제로 악명을 떨쳤던 갱스터의 황혼이라면 최소한 도의적으로라도 썩 긍정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겠구요.


 그런데 <폰조>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과거 회상 따위는 없이 그저 병약해져 골골대는 알폰소 카포네의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줍니다. 분위기는 한없이 진지하고 대화는 한없이 험악한데 자꾸 바지에 실례하는 모습만 반복합니다.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웃으라고 넣은 건지 이 사람이 이만큼 불쌍하다고 보여주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실수입니다.



 범죄자 집안이라는 낙인에 괴로워하는 카포네 가문 사람들, 알폰소 카포네가 숨겨둔 금괴를 추적하는 형사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에 짓눌리는 알폰소 카포네 등 무언가 이야기를 이끌어낼 지점은 충분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웬 흉한 모양의 조각상에 집착하는 노망난 노인에게 조소를 유도하는 데 만족하죠. 문제는 그것이 의도가 아니라 능력의 한계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전기 영화, 범죄 오락 영화, 범죄 수사 영화 등 어떤 분류에도 제대로 속하지 않습니다. 인물을 연민하는 것도 아니고 죄악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내심 동경이라도 하는 건지, 어떤 쪽의 비난에도 최후의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듯 어중간한 태도를 취합니다. 예민한 소재에 신중하려는 것은 좋으나 이 정도면 존재 이유가 없는 지경입니다.



 혼신의 분장까지 한 톰 하디의 연기는 누굴 놀리는 성대모사로밖에 보이지 않고, 나머지 배우들은 애초에 스포트라이트라는 것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근래 영화들 중 이 정도의 만듦새는 2017년 <스노우맨> 정도가 떠오르는데, <스노우맨>이 촉박한 일정 탓에 실제로 만들다 만 영화였음을 떠올려 보면 단연 <폰조> 쪽의 연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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