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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Dec 30. 2020

<마녀를 잡아라> 리뷰

방황하는 관람등급


<마녀를 잡아라>

(The Witches)

★★☆


 로버트 저메키스가 메가폰을 잡고 앤 해서웨이, 옥타비아 스펜서, 스탠리 투치, 크리스 락이 뭉쳤습니다.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할리우드와도 끈끈했던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녀를 잡아라>죠. 책과 영화 모두 원제를 그대로 한다면 <마녀들>이 되겠지만, 몇몇 소설 원작 영화들이 그렇듯 국내 번역본의 전철을 밟았습니다.



 때는 1968년, 우리의 주인공 꼬마는 엄하지만 다정한 할머니와 함께 애완 쥐도 사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게에서 자신을 어딘가로 꾀어내려는 요상한 여자를 만나고, 심각한 표정의 할머니는 그것이 사실 마녀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냅니다. 거기에 한 호텔에서 어린이들을 해하려는 마녀들의 계획을 알게 된 소년은 무언가 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발벗고 나서죠.


 로알드 달의 소설답게 귀여움과 기괴함 사이의 어딘가에 있습니다. 아이들을 동물로 변신시켜 버리겠다는 사악한 계획은 물론 귀 밑까지 찢어지는 입이나 세 개씩 달린 손가락 등 마냥 어린이용 모험물로만 보기는 이따금씩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죠. 각본가 명단에 <헬보이>와 <판의 미로>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도 올라가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원작의 텍스트가 그렇게 적혀 있다 한들 영상으로는 얼마든지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마녀를 잡아라>는 딱히 그런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성탄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충격과 공포를 금할 수 없었던 <크람푸스>까지는 아니지만, 어린이 관객들에게 악몽 내지는 트라우마를 선사할 비주얼도 한두 개씩은 품고 있죠.


 섞이지 않는 그 이질감은 내내 남아 영화를 관통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강력한 마녀치고는 계획이 깜찍한데, 그 결과물은 의외로 가혹합니다. 외모는 무시무시한데 말투("매눌(gorlic)")부터 고함치는 모습까지 또 푼수같은 면도 있죠. 어린이들이 보기엔 무겁고 어른들이 보기엔 가벼운, 어느 세대의 관객들도 완전히 즐길 수 없는 영역에 멈춰서는 영화입니다.



 시시하고 맹숭합니다. 어린 시절 기괴한 것에 끌렸던 사람들의 동심을 자극하는데, 문장에서 읽히듯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입니다. 그렇다고 방향을 틀어 좀 더 넓은 관객층을 노리기엔 소재의 한계도 언뜻 보이는 편이죠. 한 편짜리 영화보다는 마녀들의 계획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였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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