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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an 25. 2021

<북스마트> 리뷰

충분히 발달한 아싸는 인싸와 구분할 수 없다


<북스마트>

(Booksmart)

★★★☆


 <트론: 새로운 시작>, <카우보이 & 에이리언> 등의 대작들에서 지금은 살짝 가벼운 노선을 택한 올리비아 와일드가 이번엔 감독으로 나섰습니다. 아역 출신의 두 배우 케이틀린 디버와 비니 펠드스타인을 내세운 청춘물, <북스마트>죠. 어린 친구들은 다소 생소해도 윌 포르테, 리사 커드로우, 제이슨 서디키스도 출연하고, 윌 페럴과 아담 맥케이는 제작을 맡았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대학 생활을 앞둔 열아홉 살. 꿈에 그리던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에이미와 몰리는 대학과 스펙이 인생의 전부라 믿는 파워 범생이들이죠. 학창시절 재미는 덜했지만, 생각 없이 막 살던 남들보다는 나은 미래를 앞뒀다며 만족합니다. 하지만 이내 내심 깔보던 남들 또한 자신들처럼 명문대 진학에 성공했음을 알게 된 둘은 이 북받치는 억울함을 광란의 파티에 녹이기로 결심하죠.


 하이틴은 다 똑같은 하이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시대상과 유행도 곧잘 반영됩니다. 옛날 하이틴 영화들이 만인의 미운 오리 새끼식 성장 드라마였다면, 요즘 하이틴 영화들은 사실 그들도 자기들끼리는 인싸였다는(?) 재발견 내지는 정신승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물론 아싸였던 사람이 인싸가 된 것인지, 원래는 인싸의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지금껏 발현되지 않았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북스마트>의 에이미와 몰리는 아무래도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분명 영화는 이 둘을 아싸라고 주장하지만, 잘 놀 줄 모른다는 것만 빼면 하는 짓은 생기가 발랄하기 그지없죠. 그래도 대학은 잘 갔으니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한 범생이들이 공부한 시간이 억울해서 놀아야겠다니, 캐릭터만 바꾼 각본이 범람하는 영역에서 꽤나 신선한 접근입니다.


 여타 영화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과 대척점에 있어야 할 잘 나가는 인싸 양반들도 한두 꺼풀 까 보면 딱히 하자가 없다는 겁니다. 쓸데없는 권선징악에 목매며 좀 못되게 굴었으니 주인공이 잘나가는 길 옆에서 무릎이나 꿇으라는 선언보다는 아무래도 다 같이 훈훈하게 잘 흘러가는 쪽이 모두에게 좋겠지요. 다들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는 아싸였다가도 또 언제는 인싸였기도 했던 법입니다.



 진짜 범생이를 데려다 둔 듯한 두 배우의 소화력부터 은근히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따스히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까지, 옛날 감성과 요즘 감성을 적절히 섞어 어느 시점에서도 촌스럽지 않은 내용물을 완성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이야기와 실제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의 균형도 잘 잡아냈구요. 두 주인공이 약에 잔뜩 취한 장면 쯤에서는 연출 욕심도 살짝 부려 본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을 위한 하이틴이라고 봐야 맞겠습니다. 현 시점에서 보고 본받을 영화라기보다는 모든 것이 지난 시점에서 그 시절만이 가능했던 무모함을 귀엽고 깜찍하게 포장하는 영화인 탓이죠. 환상의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두 주인공의 모습만 보면 소재와 연령대에 맞게 적당히 조절되고 각색된 <해롤드와 쿠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항상 그렇듯, 이 정도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들이 도대체 어떤 연유로 지금까지 쭈구리 생활을 해 왔던 건지 퍽 궁금해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뿐이라며 거짓말을 늘어놓는 영화라면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북스마트>는 추억 보정과 대리 만족 사이에서 동서양을 막론한 각자의 인싸력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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