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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an 30. 2021

<세자매> 리뷰

척으로 범벅된 척


<세자매>

★★☆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의 이승원 감독이 각본까지 맡아 제작한 <세자매>입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를 중심으로 조한철, 현봉식, 김가희 등이 이름을 올렸죠. 지난 25회 부산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것치고는 비교적 빨리 극장 개봉을 맞이한 작품입니다. 연기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각본을 구상하던 중 자매라는 컨셉을 떠올려(?) 완성했다고 하죠.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괜찮은 척하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 그리고 안 취한 척하는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까지. 누구나 안 참고 사는 사람 없다지만, 얼핏 달라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왜인지 모를 공통 분모가 보입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던 세 자매는 아버지의 생일을 맞이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고, 그들 깊은 곳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독립된 듯 이어진 세 명의 이야기로 각자의 개성을 한 칸씩 쌓아올립니다. 첫인상이 뭐가 어떻든 결국엔 딱히 멀쩡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포기하고 있는 대로 사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매라는 설정이 아주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가 <세자매>의 감상을 좌우하는 지점입니다. 세 배우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데 아주 열심입니다. 물론 열심이라고 해서 항상 훌륭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셋 중 두 명은 선택과 집중으로 절제하는 감정선으로 자신만의 명장면 하나씩은 만드는 데에도 성공하지만, 고함과 분노로 일관하는 한 명의 연기는 한계가 꽤 명확하죠.


 어찌됐건 각자의 길로 만들어낸 세 명의 캐릭터가 영화를 지탱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세 명의 이야기가 자매라는 울타리와, 또 그 울타리 안에 들어있는 과거의 사건과 엮이는 힘은 다소 약합니다. 초중반부에 걸쳐 펼쳐 둔 이 세 명의 다양한 인생 곡선이 알고 보니 모두 같은 뿌리 탓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대로 지나치게 비약적인 전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 영화는 세 주인공이 세 자매일 이유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가족이 가족인 이유가 있냐는 미련한 의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보아도 <세자매>는 영화가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할 캐릭터 간의 감정적 유대를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 자매라는 설정을 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더 이상 제멋대로일 수 없던 세 명의 이야기는 마지막의 극적인 가족 모임 이후 급격하게 엉겨붙죠.


 게다가 극중 이들에게는 막내 남동생이 있습니다. 기구하고 서러운 것으로 따지면 셋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남매>가 아닌 <세자매>입니다. 남동생의 이야기가 빠진 이유는 셋이 자매일 이유가 없는 만큼이나 찾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꽤 후반부쯤에나 등장하는 이 남동생의 존재는 오로지 자매들이 서로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연대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연기의 끝을 보고 싶다더니 정말로 연기 그 자체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존합니다.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기 전부터 원하는 장면과 구도는 내정이 되어 있고, 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과정이 어그러져도 딱히 신경쓰지 않죠. 보통은 눈요기 위주의 거대자본 액션 영화들이 택하는 접근인데, 짤막한 순간에 쏟아부은 것이 다를 뿐 정도가 넘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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