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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r 25. 2021

<고질라 VS. 콩> 리뷰

우당탕 콩쾅콩쾅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


 <고질라>,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잇는 몬스터 유니버스의 네 번째 영화, <고질라 VS. 콩>입니다. <유아 넥스트>나 <블레어 윗치> 등 저예산 공포영화들을 주로 제작했던 아담 윈가드가 메가폰을 잡았고, 알렉산더 스카드가드와 레베카 홀, 에이자 곤잘레스,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오구리 슌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거대 타이탄들의 등장으로부터 3년 후,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콩. 어느 날부터인가 인류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던 고질라의 이유 모를 습격이 지속되고, 사람들은 이에 대적하기 위해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를 찾아나서죠. 그러던 중 신화 속 적대 관계였던 두 전설이 마침내 충돌하며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최후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고질라 대 콩이라니, 이보다 직설적일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와 <퍼시픽 림> 때처럼 거대한 것과 거대한 것이 다 때려부수는 원초적 재미에 모두의 마음 속 9살이 고함을 지릅니다. 이 시국에 2억 달러씩이나 되는 엄청난 자본도 감동적인데, 그 돈을 오롯이 영상미에 쏟아부었으니 뭐가 됐든 극장으로 향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고질라 VS. 콩>은 거기에 너무나도 충실하게 응답합니다. 2시간이 살짝 넘는 러닝타임 동안 물어줘야 되는 건물 값(?)만 조 단위를 가뿐히 넘어갈 듯 싶습니다. 원시의 근육이 날리는 박력 넘치는 펀치부터 지구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가는 방사능 입김 등 아주 시원시원한 눈요기가 기다리고 있죠. 거대 괴수들이니 둔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일부러 뒤집듯 묵직하면서도 빠른 액션도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전부 다 괴수만 등장시켰더라면 제작비가 지금의 두 배로 뛸 테니 적당한 비중 분배를 해 주어야 합니다. 전작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선 분배를 넘어 각본의 무게추까지 인간 캐릭터들에게 넘겨주려 한 것이 두고두고 지적되었는데, 그를 반영하듯 이번엔 단순한 임무 수행이나 얼굴로 출석 체크(!) 등 가능한 한 괴수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게 해 주려 노력하죠.



 그렇다고 매끄럽게 처리한 것은 아닙니다. 알렉산더 스카드가드와 레베카 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배우들은 이름값이 아깝거나 통편집되어도 무관한 존재감에 그치죠. 특히 다시 한 번 출연한 밀리 바비 브라운 패거리의 모험은 제다이들의 전쟁에 끼어든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핀과 로즈나 다를 바 없는 동선으로 끼어들길 반복합니다.


 개연성 쪽은 아예 대놓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장소와 장소 사이의 이동은 순간이동이나 다를 바가 없고, 대충 막혔다 싶도록 절체절명의 위기를 던져놓고는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을 몇 초만에 내놓아 성공시키는 식이죠. CCTV 따위는 고물상에 줘 버린 보안이나 충격과 공포의 싱글 몰트 위스키 병법 등 영화가 끝날 때쯤엔 모든 것에 신경쓰지 않게 하려는 배려로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래도 존재 이유엔 이보다 충실할 수 없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초반부 타노스와 헐크의 맨손 격투 씬에서 간만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느꼈다면, 후반부 펼쳐지는 고질라와 콩의 본격 대결은 대단한 즐길거리가 될 겁니다. 당연히 관람 스크린 크기는 클수록 좋겠죠. 아이맥스 촬영이 아님에도 아이맥스 스크린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고질라와 킹콩의 유명세를 따져 보면 굳이 차근차근 세계관을 쌓아올릴 필요도 딱히 없었습니다. 실제로 캐릭터나 소재 등 전작들과의 연결점은 약소하게 존재하지만, 몰라도 전혀 상관이 없구요. 제아무리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해도 도가 지나치면 변신 로봇 시리즈 꼴 나기 십상인데, <고질라 VS. 콩>은 영화 전체를 우습게 만드는 하한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장르물의 자격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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