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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pr 11. 2021

<모탈 컴뱃> 리뷰

뼈대도 없이 피와 살만


<모탈 컴뱃>

(Mortal Kombat)

★★


 <모탈 컴뱃>이 돌아왔습니다.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내로라하는 대전 격투 게임의 일종으로, '페이탈리티'라 부르는 유혈 가득한 필살기가 아이덴티티인 시리즈죠. 특이하게도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팬들의 열광이 더욱 커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로는 90년대에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가 무려 20년이 넘은 지금 다시 극장가로 돌아왔네요.



 종족의 운명이 걸고 챔피언들의 대결을 펼치는 두 세계, 어스렐름과 아웃월드. 아웃월드의 10연승까지 딱 한 번의 경기만이 남아있는 지금, 어스렐름에서는 인류를 구원할 전사를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엔 전설적인 사무라이 하사시 한조의 피를 이어받은 콜 영이 있고, 그렇게 각자의 미래를 건 두 세계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됩니다.


 어느새 바보 같은 맛에 보는 고전 시리즈가 된 90년대 B급 영화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릅니다. 설정들은 난데없고 캐릭터는 우스꽝스럽습니다. 영화가 진지할수록 웃음소리는 커집니다. 한껏 힘준 장면이 나오면 참았던 실소가 터집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팬들은 그 영화를 기억하고 또 추억합니다. 십수 년이 흐른 뒤 출연한 배우들의 흑역사로 재조명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모탈 컴뱃>은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 모두가 그런 영화를 만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비슷한 각본에 비슷한 제작비를 들인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 중 미끈한 성공작들도 꽤 많아졌습니다. 게임 원작 영화들이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받던 시대도 이제는 슬슬 지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수식어도 곱게 봐 줄 수 있는 구실 내지는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 때 그 시절의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세기의 주인공에게는 아무런 매력도 없고, 모두의 미래가 달린 일엔 아무런 개연성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맞고 그렇지 않다면 아닌 제멋대로 전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판을 칩니다. 용 문양이 있으면 초능력 하나씩을 개방해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설정 정도만 그 자체가 흥미로울 뿐, 그를 등장시키고 활용하는 과정은 실로 보잘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원작 게임 팬들이라면 반가울 장치들로 집중력을 연명합니다. 실사로 재현한 유명 캐릭터들의 페이탈리티나 "Get over here!", "Flawless victory!" 등의 대사들이 그렇죠. 애초에 사나다 히로유키의 스콜피온이나 조 타슬림의 서브제로처럼 훌륭한 퀄리티로 스크린에 나타난 게임 캐릭터들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면 관람에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구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리스토퍼 램버트를 등장시켰던 90년대 2부작과의 비교도 심심찮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석하게도 기술력이나 자본력 등 시대 반영이 필요한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점에서 농담 반 진담 반의 비교 열위를 가져가고 있구요. 그 2부작의 서글픈 명성을 생각하면 2021년판의 처지가 더욱 슬프게 다가옵니다.



 동종 영화들이 그렇듯 속편 예고도 넉넉히 해 두었고, 본토에서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맥스에 스트리밍 공개될 예정이라 단순히 흥행에 실패했다고 해서 시리즈화가 막힐 영화도 아닙니다. 그러나 원작 매니아가 아닌 관객들에게 어필할 여지는 거의 없고, 극중 모탈 컴뱃의 역사를 전해들은 콜 영의 자학 개그처럼 '지나치게 유치한' 틀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에도 크게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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