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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Sep 13. 2018

<더 프레데터> 리뷰

바뀐 세기에도 여전한 답보


<더 프레데터>
(The Predator)
★★☆


 기본 시리즈 2편에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편, 다시 만든 <프레데터스> 등 할리우드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프레데터가 또 한 번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아이언 맨 3>의 감독이자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87년산 <프레데터>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셰인 블랙이 메가폰을 잡았죠. 거기에 보이드 홀브룩, 제이콥 트렘블레이, 올리비아 문, 스털링 K. 브라운, 트레반테 로즈 등이 이름을 올렸구요.



 어느 날 외딴 숲 속에 외계 악당 프레데터가 탄 우주선이 추락하고, 현장을 목격한 군인 맥케나는 정체모를 괴물과의 싸움에 동료들을 잃고 맙니다. 정부는 극비리에 팀을 소집해 프레데터를 생포해 연구에 나서고, 유일한 목격자가 된 맥케나를 영 문제가 많은 범죄 소대에 보내 사건을 무마하려 하죠. 그러나 실험실에서 탈출한 프레데터가 살육을 시작하고, 지구에 온 진짜 이유가 밝혀지며 맥케나와 새 동료들이 나설 차례가 옵니다.

 꽤 많은 영화들을 거치며 타임라인이 꼬일대로 꼬인 것 같지만, 과연 슈워제네거와 함께했던 사람의 영화답게 <더 프레데터>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계승합니다. 프레데터가 '87년과 9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지구에 왔다'는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오죠. 1편과 2편의 배경이 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아이언 맨 3>의 감독이 엑스맨의 피어스와 사일록, <블랙 팬서>의 은조부, 14년 전 퍼니셔까지 불러모았죠.



 무난한 흥행을 원한다면 12세 관람가(PG-13)쯤을 받아야 한다는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감독 셰인 블랙은 일찍이 프레데터가 평소처럼 척추를 뽑으면 당연히 피가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유혈을 예고했습니다. 보통 프레데터쯤 되는 전통적인(?) 괴물과 낭자한 유혈의 조합은 B급 영화로 귀결되곤 하는데, <더 프레데터>는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설정은 따지면 정말 끝도 없습니다. 앞선 두 번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인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정부는 물론, 무시무시한 우주 개의 머리를 찔렀더니 뇌를 건드려 순해졌다는 등 충격과 공포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죠. 필요할 때는 손가락 한 번 까딱해 사람을 반으로 절단하던 프레데터가 우리의 주인공들에겐 둔탁한 주먹질로 맞섭니다. 

 정신나간 범죄자들만 모아 놓은 소대가 이내 서로를 가족 이상으로 아끼며 난데없는 동료애로 맞서는 광경은 DC의 모 자살 특공대를 떠오르게 합니다. 화재경보기 소리만 들어도 얼이 빠지던 소년은 살육이 난무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아빠와 함께 전투에 나섭니다. 이륙하던 우주선이 추락했는데, 우주선에 같이 타지 못했던 동료가 우사인 볼트라도 되는 양 추락 지점에 단박에 합류합니다. 



 진지한 전개와 진한 교훈을 바라는 건 일찍이 물건너간 일입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튀는 피에도 낄낄댈 만큼 유쾌하지도 않습니다. 맥케나와 소대는 프레데터와 직접 맞서기라도 하지만, 올리비아 문의 케이시는 진화생물학자로서의 활약은커녕 흔해빠진 러브라인 하나 없는 탓에 마지막 존재 의의까지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프레데터 영화였습니다. 프레데터 나오는 영화는 원래 이렇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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