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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n 13.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리뷰

꽉 채운 수레로 고요하게


<콰이어트 플레이스 2>

(A Quiet Place Part II)

★★★★


 2018년 1편 개봉 이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며 1년을 추가로 기다린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입니다. 전편이 1700만 달러를 들여 무려 3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박을 터뜨렸고, 덕분에 이번 속편은 제작비를 3배 넘게 띄워 전편의 출연진에 킬리언 머피, 자이몬 혼수 등을 더하고 세계관 확장까지 이루어냈습니다. 존 크래신스키의 감독 역량도 만만치 않네요.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의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에블린과 아이들은 가족의 새 일원과 함께 생존을 위해 사투합니다. 그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밖으로 나서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던 집에서도 주인공들을 위협했던 괴물들은 턱 밑까지 다가와 단칼에 숨통을 끊을 발톱을 드러내죠.


 <Part ll>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2편'이 아니라 '2부'를 지향하는 영화입니다. 전편은 마치 다음 주면 한 편 더 하는 드라마처럼 많은 것을 예고하는 순간에서 끝을 냈죠. 의도에 따라 관객의 상상으로 나머지를 채워넣을 수도 있는 결말이었지만, 이번 속편처럼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전편의 감상은 꽤나 필수적이구요.



 전편은 설정을 설정으로 상쇄하는 마력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였습니다. 한마디로 오로지 연출하고픈 장면을 구축하기 위해 말이 되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 설정들을 집어넣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긴장감이나 전개의 흥미로 완성도를 끌어올렸죠. 이 판국(?)의 임신은 소리를 막을 수 없는 갓난아이로, 튀어나온 대못을 방치하는 불감증은 위기의 장애물로 이어지며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식입니다.


 100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 덕에 각본을 하나의 퍼즐처럼 구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었고, 무심코 던지거나 보여 준 무언가가 절묘한 순간에 절묘한 방법으로 회수되는 알찬 만듦새는 강화되고 다듬어져 다시 한 번 이번 영화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로 등장하는 과거 이야기 역시 괴물들의 설정을 보충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물을 소개하고 후반부에 활용되는 복선까지 남기죠.



 그렇게 추가되고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세계관의 확장과 인물들의 성장을 동시에 지향합니다. 인물들의 활동 반경이 급격히 늘어나며 마주치는 괴물들의 수도 대폭 증가했고, 십수 배로 늘어난 얼굴들은 대재앙을 맞이한 인류의 군상을 나눠 갖죠. 전편과 비교하면 새로운 세상에서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격이라 이에 맞춘 주인공들의 변화는 곧 성장이 됩니다.


 성장을 다룬다면 자연히 우리의 어린 주인공들, 밀리센트 시몬스의 리건과 노아 주프의 마커스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게 되겠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가득한 둥지에 있어야 할 나이에 폐허가 된 세상에 내몰린 둘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각자의 다짐과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리광부리며 의지하는 대신, 바로 이 곳에서 나의 역할을 다하고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이 자신과 모두를 위한 길임을 스스로 깨닫죠.



 어른들은 티나지 않게 한 발 뒤로 물러난 무대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섭니다. 영화는 절대로 이 과정을 강제하거나 과장하지 않습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는 의도만으로 무장한 창작물들이 손쉬운 길을 택하려 지금까지의 순간을 악하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한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존 크래신스키는 어려운 길에서 훌륭한 선례를 추가하죠.


 이 모든 의도와 구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서스펜스 스릴러의 재미 또한 유지합니다. 각본상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서로와 끈끈히 이어지며 철저히 계산되었음을 암시하고,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그 믿음을 긍정적으로 증명합니다. 이야기의 덩치를 잡아 늘이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설정 구멍들까지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그럴 가치가 있었다는 기약으로 보답하죠.



 이 덕에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미국 극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본토에서 1억 달러를 넘게 벌어들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시기가 다르긴 하나 그 <테넷>도 5800만 달러를 겨우 벌었음을 떠올려 보면 어마어마한 성과죠. 신이 난 존 크래신스키와 파라마운트는 벌써 2023년 달력에 3편 계획을 추가해 두었는데, 이 기세만 유지해 준다면야 언제든 환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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