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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n 15. 2021

<킬러의 보디가드 2> 리뷰

입으로만 흥했다는 착각


<킬러의 보디가드 2>

(Hitman's Wife's Bodyguard)

★★☆


 3천만 달러를 들여 1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전편의 가성비에 힘입어 4년만에 돌아온 <킬러의 보디가드 2>입니다. 시리즈도 아닌 액션 코미디가 관객수 170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에서도 의외의 저력을 보여주었구요. 다시 뭉친 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무엘 잭슨, 셀마 헤이엑에 더해 안토니오 반데라스, 모건 프리먼, 프랭크 그릴로가 추가로 합류했습니다.



 미치광이 킬러 다리우스와의 모험 이후 매일 밤 그의 악몽을 꾸는 보디가드 마이클. 최후의 수단으로 보디가드도 총도 없는 안식년을 택한 그의 앞에 다름아닌 소니아가 나타나고, 난무하는 총알 사이로 남편 다리우스가 납치되었다는 고함을 지르며 다짜고짜 그를 데려갑니다. 그렇게 어쩌다 다시 만나게 된 세 사람은 이제 유럽 전역을 무대로 권력욕을 펼치는 악당과의 대결을 앞두게 되죠.


 국내 제목은 단순하게 2가 붙어 <킬러의 보디가드 2>가 되었지만, 원제는 <Hitman's Bodyguard>에서 <Hitman's Wife's Bodyguard>가 되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영화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듯하죠. 히트맨은 사무엘 잭슨의 다리우스 킨케이드, 와이프는 셀마 헤이엑의 소니아 킨케이드, 보디가드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마이클 브라이스니 세 단어로 세 주인공을 모두 표현한 셈입니다.



 전편은 벨라루스 독재자를 끌어내리는 이야기와 마이클-루셀, 다리우스-소니아 커플의 이야기가 병치되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질주합니다. 유럽을 집어삼키려는 세도가와 맞서는 동시에 다리우스-소니아 커플의 2세(!) 이야기가 나란히 진행되죠. 의외로 마이클은 빠져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 기승전결에서 전편의 인연으로 지위를 유지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소니아 킨케이드의 비중이겠죠. 포스터와 제목의 정중앙을 차지한 소니아는 영화 내내 그 흉악한 다리우스 킨케이드를 굴복시킨 지구상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수식에 충실합니다. 과격함과 당당함 사이의 어딘가였던 컨셉은 광인의 단계까지 발전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의 누구든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내 줄 준비가 되어 있죠.



 그러면서 건드린 것이 바로 영화의 장르 균형입니다. 전편도 액션과 코미디의 균형이 아주 아슬아슬한 한계점까지 도달했었는데, 이번엔 기어이 그 선을 넘어 소위 말하는 '컨셉에 잡아먹힌' 수준에 이릅니다. 달랑 둘이서 원샷원킬로 악당들을 톤 단위로 쓸고 다녀도 업계 최고와 업계 최고가 만났다고 하니, 그리고 그 둘의 입담이 워낙 출중하니 웃으며 이해했던 영화가 실없어지기는 너무나 쉽죠.


 그리고 그를 가리려 더 수위 높고 더 자극적인 화면과 대사를 범람시키는데, 이것마저도 실없음의 악순환이 되어 캐릭터의 개성이나 상황의 설득력 등 또 다른 균형을 건드립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에 이유가 있었음을 몸으로 증명하는 것이 두 주인공의 매력점이었는데, 새 인물들을 띄우는 통에 그 둘이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하는 모습이 반복되니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액션과 입담의 주객이 전도되었습니다. 어디서 뭘 보여주든 말 그대로 입만 살아서 동동 떠다닐 지경입니다. 왕왕 웃기기는 하니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타석 수를 고려한 타율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그것도 공이 날아오든 날아오지 않든 방망이부터 제멋대로 휘두르는 격이라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밀도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죠.


 대강의 편집으로 관람등급을 낮추기엔 개그 연출의 수위도 필요 이상으로 높고, 그 와중에 액션은 퇴보했으니 발전한 것은 출연진 목록밖에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마저도 각본이 워낙 주인공 일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통에 서로가 서로와 겉돌거나 특별출연용 억지 분량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애석하게도 어느 쪽이든 이름값에 부합하는 결과물은 아니죠.



 개그 장면들만 하나씩 잘라서 따로따로 보면 모를까, 걸린 면면과 장르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판이 작아서 가능했던 조합을 그저 속편은 역시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잡아 늘렸죠. 비슷한 노선을 택한 다른 속편들과 비교하자면 그리 큰 확장도 아니었기는 하지만, 재료들의 생명력이 워낙 짧고 굵었던 탓에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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