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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05. 2021

<혼자 사는 사람들> 리뷰

혼자가 좋지 않지 않아서


<혼자 사는 사람들>

★★★☆


 홍성은 감독과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 등이 만난 <혼자 사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5월에 열렸던 제 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첫 장편 주연을 맡았던 공승연 배우에게 배우상을 선사한 작품이기도 하죠.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작품치고는 비교적 빠르게 극장에 정식 개봉되었고, 상영이 종료되기까지 전국 관객수 1만 돌파에도 성공했습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대 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이죠.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혼잣말처럼 말을 걸어오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했던 일상에도 작은 파문이 일게 되죠.


 1인 가구라는 키워드가 사회적으로 부상하던 즈음 모두가 서로와 스스로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내가 평소에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죠. 그렇게 내면을 수양하고 가꾸자는 움직임이 대외적인 동력을 얻었습니다. 그 뿌리에는 다름아닌 모순이 잠자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모순이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하기 싫지만 하고 싶고, 있기 싫지만 있고 싶으며, 보기 싫지만 보고 싶은 바로 그 감정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것과 완전히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정확히는 원치 않았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혼자 있는 지금의 시간은 그렇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종의 과정이 되는 셈이죠.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바로 그 과정을 90분의 러닝타임에 녹여낸 작품입니다. 진아는 언제 어디서든 혼자가 좋습니다. 밖에서는 하루종일 이어폰을 꽂고 다닙니다. 소리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누가 말이나 걸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자신만의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장벽입니다. 매일 똑같은 밥을 먹으며 유튜브, TV와 함께합니다. 좋은 것도 없지만 싫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이 딱히 멀쩡하지도 않습니다. 직장부터 가정사까지,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는 문제들은 수많은 곳에 도사리며 오늘도 나를 위협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누가 알아볼까 덮고 가린 문제들은 어느새 스스로는 문제시할 수조차 없는 지경에 다다릅니다. 악순환이라면 악순환이 완성됩니다.


 그 고리에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타인입니다. 쓸 때는 아무리 신나서 쓴 글일지라도 완성된 뒤 최소 하루는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죠. 한 번 쓰는 글도 그래야 하는데, 나의 과거부터 미래를 써내려가는 과정엔 더더욱 타인의 시선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그럴 새도 없이, 혹은 그럴 새도 없다고 주장하며 흘러가는 통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애써 망각하곤 합니다.



 때문에 가끔씩은 스스로 손댈 수 없이 나타나는 타인의 손길이 많은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싫은데) 자꾸 말을 거는 옆집 사람, (싫은데)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직장 동료, (싫은데) 전화를 거는 가족까지, 괄호에도 불구하고 내가 힘들게 쌓아올린 리듬을 무너뜨리는 손길이죠.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손길에 바꿔 걷게 된 길은 순환 대신 새로운 방향을 향할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물론 그렇게 걷게 된 새로운 길 또한 세월에 붙들려 또 다른 순환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 작지만 강한 가능성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입니다. 혼자가 좋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거나 생각하지 말라며 참견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닮은 누군가에게 찾아온 변화를 보여주며 자신에게도 비슷한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내지는 예시를 들려줄 뿐이죠.



 자칫하면 아무런 의미도 쓸모도 없는, 겉으로만 번드르르해 보이는 경구들로 빠져들 수도 있는 소재였습니다. 작가의 손가락을 대신하는 캐릭터 몇몇을 내세워 연설을 늘어놓으면 딱 우려대로 흘러가는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스치는 조연들과 그 중심에 가장 조용히 서 있는 한 명의 의식만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달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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