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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Sep 18. 201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리뷰

웰컴 투 아시안 시월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Crazy Rich Asians)
★★★


 <스텝 업> 시리즈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린 이후 <지.아이.조 2>, <나우 유 씨 미 2> 등의 메가폰을 잡았던 존 M. 추 감독. 지난번 <젬 앤 더 홀로그램> 리뷰에서 언급했듯 다소 유아틱한 연출력(...)이 특징인 감독이죠. 그런데 최근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바로 존 추의 영화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침 현지 극장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었구요.



 미국에서 남자친구 닉과 함께 알콩달콩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레이첼. 그러던 어느 날 닉은 자신의 가족들을 만나러 싱가폴에 잠깐 다녀오자고 제안하고, 레이첼은 별 생각 없이 그러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평소에 디저트도 하나만 시켜서 뺏어먹길 좋아하던 닉이 공항에 도착해서는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를 익숙한 듯 받습니다. 얼떨떨한 것도 잠시, 마침내 만난 닉의 어머니가 보내는 시선이 영 곱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야 '아시아인'이라는 용어보다는 한중일로 명확히 나누어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인구다 보니 서방에서는 '아시아인'이 십중팔구 중국인을 가리키기 마련이죠. 영어에 서투르면서도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문제가 없고, 어디서 났는지 모를(...)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부리는 사치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반복된 이 광경은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환상이 되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에 이르렀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미국인들의 그러한 환상을 완전한 환상으로 재연해 꺼내놓습니다. '중국의 잠을 깨우지 말지어다, 일어나서는 세상을 뒤흔들 것이니(영어 원문은 출처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호기롭게 출발하죠. 잘 살고 멋있게 살며 그 누구와 비교해도 남부럽지 않은 아시아인들의 위용을 초중반부 내내 자랑합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건 아시아식 가족주의입니다. 교육부터 결혼까지, 연대부터 구속까지 부르기 나름인 부모와 자식 사이의 아시아식 관계를 그려내죠. 서양인의 시선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개인보다 가족이 우선이기에 맞이하게 되는 고부갈등이 고개를 내밉니다. 우리 잘난 아들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며느리가 고까운 시어머니, 그런 시어머니의 편견에 당차게 맞서 보려는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죠.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무슨 요일 어느 채널을 틀어도 나올(...) 바로 그 줄거리입니다. 손에 잡히는 온갖 무기와 독설로 무장한 한국 TV 프로그램의 전투력(!)에 비하면 심심하기까지 합니다. 때문에 국내 관객들에겐 이 정도의 구성으로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서건 처음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아마 고부갈등을 소재로 히트를 쳤던 드라마들을 극장판으로 재편집해 개봉시키면 미국 박스오피스 일 년치는 예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한정으로) 뻔하다면 뻔한 내용에 초중반부에 묻은 중뽕(?)까지 더하면 이 정도의 화제를 모았음에도 국내 개봉 계획이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존 추 영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흥행과 평가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의를 갖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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