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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23. 2021

<보스 베이비 2> 리뷰

귀여움 치사량


<보스 베이비 2>

(The Boss Baby: Family Business)

★★☆


 20세기 폭스에서 1억 2500만 달러를 들여 5억 2천만 달러의 대성공을 거둔 <보스 베이비>가 돌아왔습니다. 다만 소속사가 통째로 팔려가는 바람에(...) 유니버설 픽쳐스로 둥지를 옮겨야만 했죠. 그래서인지 지원 빵빵하게 나오는 보통의 속편들과는 다르게 제작비도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고, 본토에서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피콕에 스트리밍으로도 공개되었습니다.



 어릴 적 투닥대던 사이에서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템플턴 가의 팀과 테드. 영원할 것만 같던 우정도 소원해진 지 오래고, 팀이 예쁜 딸 타비타와 티나를 가질 동안 성공한 CEO가 된 테드는 코빼기조차 비추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티나마저도 베이비 주식회사 소속(!)임이 밝혀지고, 전 세계의 아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악당의 등장에 팀과 테드의 세상을 구할 의기투합이 시작되죠.


 전편도 딱히 대단한 교훈을 녹여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2등신 캐릭터들의 귀여움 하나만으로 러닝타임을 꽉꽉 채웠고, 기승전결의 설득력은 <미니언즈>쯤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큰 눈에 통통한 엉덩이(!)로도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지는 영화도 아니었고, 덕분에 엄청난 흥행과 TV 시리즈 제작까지 성공했었죠.



 이번 2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들은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서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2등신의 미덕을 재현할 수 없죠. 오로지 애니메이션이라 가능한 설정들을 이것저것 데려와 템플턴 형제를 과거의 영광을 돌릴 상태로 돌려놓고 출발합니다. 아기 따위는 강아지로 대체하겠다는 전편 악당의 무분별한(...) 계획에 비하면 이번 악당의 계획은 훨씬 현실적인 편이구요.


 짚을 구석은 딱히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과 전개는 귀여움이라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장점을 극대화하는 보조 수단에 불과하죠. 부녀와 형제를 등장시키며 가족애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흐름은 아마 가족을 다룬 영화라면 이제 기본 구성품으로도 취급하지 않을 재료입니다. 전달 방식 또한 은근히 녹여내기보다는 정석과 공식대로 우회 없이 드러내는 쪽이죠.



 캐릭터 쪽도 상황이 딱히 좋지는 않습니다. 왜인지 토비 맥과이어에서 제임스 마스던으로 바뀐 팀은 여전히 무색무취하고, 포스터의 한 쪽을 당당히 차지하며 대단한 활약이라도 보여줄 것 같던 아리아나 그린블랫의 티나는 그저 이제 테드 한 명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된 관객들의 귀여움 게이지만 담당할 뿐이죠. 암스트롱 역의 제프 골드블럼은 거의 고의가 아닌가 싶을 수준의 나쁜 연기로 일관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사건들에도 신선함이나 독창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애니메이션이라 있을 수 있고 있어야만 한다고 스스로 판단한 유치함과 단순한 개그가 반복됩니다. 그나마 타비타 쪽이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임에도 시리즈가 추구하는 귀여움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응당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계속해서 빼앗기고 말죠.



 아무리 귀여운 거 빼면 시체인 영화라지만 타겟 관객층이 지나치게 제한적입니다. 여러모로 언급한 <미니언즈>와 공통점이 많으나, 영화가 아닌 캐릭터 산업에서의 잠재력을 따져 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구요. 각본 특성상 새 속편의 가능성이야 언제나 열려 있지만, 시도했던 대로 영화가 아니라 TV 시리즈로 이어간다면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내세우기가 좀 더 쉬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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