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Sep 25. 2021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리뷰

더불어 가는 여유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劇場版ポケットモンスター ココ)

★★★☆


 한물 가나 싶으면 다시 돌아오는 전성기 탓에 수도 없는 경쟁자들을 먼저 보낸(!) 포켓몬스터의 극장판 신작, <정글의 아이, 코코>입니다. 일본 본토에서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며 개봉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감독 야지마 테츠오는 오히려 그를 기회로 삼아 더욱 완벽한 작품을 위해 끊임없는 수정을 했다고 하죠. 작년 크리스마스 개봉된 현지와 달리 수입까지는 9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인간들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 속에서 무리의 법도를 지키며 살아가던 자루도는 우연히 강가에서 인간의 아이를 발견합니다. 차마 아이를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아이에게 코코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무리에서 떨어져 둘이서만 살기로 결심하죠. 그로부터 10년 뒤, 자신을 포켓몬이라 믿는 소년 코코는 우연히 숲을 찾아온 지우와 피카츄를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90년대부터 왕좌에 올랐던 시리즈가 아직도 내려올 생각이 없습니다. 요즘도 5살 언저리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포켓몬 트레이너'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하죠. 1편 <뮤츠의 역습>부터 20편이 넘는 극장판을 내놓을 자신감은 역시 그냥 나오는 게 아닙니다. 기회가 많았던 만큼 시리즈 팬과 일반 대중 사이에서 실험도 여러 번 해볼 수 있었겠지요.



 이번 <정글의 아이, 코코>는 아마 포켓몬스터 극장판 중 가장 대중적인 축에 속하는 영화일 겁니다. 다시 말해 요즘의 포켓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도 별다른 문제 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죠. 포켓몬이라는 존재가 뭔지만 대강 알면 별다른 부담이나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꼬마 지우와 피카츄, 그의 뒤를 쫓는 로켓단 정도는 이제 일반 상식(?)의 범주에 다다르기도 했죠.


 이는 포켓몬스터 극장판임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은 물론 주인공인 지우와 피카츄까지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수단에 불과한 덕분입니다. 달달 외워야 하는 포켓몬들의 이름이나 이 세계관에서 이 포켓몬이 갖는 의미, 누가 누구와 싸워서 이기는 것의 중요도 등은 필요하지 않죠.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시간 동안 쌓이고 또 바뀐 팬층을 고민한 티가 역력합니다.



 정글에서 다른 종족의 손에 길러진 인간이 성장해 자신의 뿌리를 찾지만, 그 과정에서 오랜 기간 동안 신성시되던 정글이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손길을 마주합니다. 대강 <정글 북>으로 시작해 <포카혼타스>나 <아바타>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흔히들 떠올리곤 하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대립각에 포켓몬이라는 주체 하나를 추가한 각색입니다.


 극중 등장하는 자루도라는 포켓몬은 여타의 포켓몬들과 달리 평균 이상의 지능과 무리 생활, 초자연적인 능력 등 <아바타>의 나비족과 다름없는 입지에 있죠. 때문에 인간을 잠재력 동료라기보단 필연적인 적으로 인식합니다. 자루도의 손에 길러진 인간 코코는 그 둘의 도개교가 되구요. 자아의 근원, 인간과 자연의 대립 등 훌륭한 영화들의 쉽지만 심오한 주제에 포켓몬스터의 껍데기가 씌워진 셈이죠.


 주제는 묵직하면서도 어린이 만화 특유의 가벼운 전개는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반전이라고 부를 만한 대부분의 극적 전개는 성인들의 눈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흥미진진하죠. 손목에서 튀어나오는 덩굴 덕에 스파이더맨 내지는 타잔 액션이 가능한 자루도를 비롯, 각자의 기술로 무장한 포켓몬들의 액션도 매력적입니다.



 자칫 섞이지 않고 각자 표류할 뻔한 이야기들을 안정적으로 묶었습니다. 이토록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시리즈의 극장판임에도 선정한 주제 면에서나 연출한 방식 면에서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시도도 성공적이구요. 어쩌면 새로운 유입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강자의 여유(?) 덕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며 성장하는 시리즈엔 확실히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기적>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