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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Sep 26. 2021

<캔디맨> 리뷰

구밀복검의 생색


<캔디맨>

(Candyman)

★★★


 2018년 <두 여자(Little Woods)>로 장편 데뷔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의 신작, <캔디맨>입니다. 마블 스튜디오 <캡틴 마블>의 후속편인 <더 마블즈> 감독으로 내정되며 화제가 된 감독이죠. 역량 미리보기가 될 이번 <캔디맨>엔 조던 필이 제작자로 참여했고, 야히야 압둘 마틴 2세를 주연으로 테오냐 패리스, 콜먼 도밍고, 토니 토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새 작품의 영감을 찾아 헤매던 비주얼 아티스트 안토니는 어느 날 동네의 세탁소 주인에게 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손 대신 갈고리가 달린 미지의 사내, '캔디맨'의 목격담이었죠. 그 날부터 그 이야기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된 안토니는 캔디맨 그림만을 연거푸 그리기 시작하고, 거울을 보고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르면 그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지며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하겠지만, 이번 <캔디맨>은 이제 고전이 된 1992년 동명 영화의 속편을 자처합니다. 해당 <캔디맨>은 2편과 3편까지 제작이 되었으나, 살인마가 인기 캐릭터로 거듭난 여느 영화들이 그렇듯 뼈까지 팔팔 끓여 우려먹힌 통에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죠. 때문에 2021년작은 2편과 3편을 무시한 채 1편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니아 다코스타의 메가폰을 빌린 조던 필의 작품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초자연적인 사건들에 흑인 인권 문제를 비롯한 사회상들을 녹여내는 접근은 그의 전작들인 <겟 아웃>, <어스>는 물론 드라마 시리즈로 스트리밍된 <환상특급: 트와일라잇 존>과 아주 유사하죠. 길이만 비슷하게 편집한다면 해당 시리즈 사이에 슬쩍 섞어 놓아도 딱히 구분이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공포나 고어 등의 소재를 중심에 두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소재를 이용합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이 쪽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장르 자체의 강렬한 매력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 영역이라 <캔디맨>만큼은 딱히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전 영화들에서는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20개의 에피소드를 거친 <트와일라잇 존>에서 조던 필은 자기만족이라는 약점 아닌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과 원하는 소재만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결과물의 짜임새에는 그보다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죠. 때에 따라 메시지와 작품이 화음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전진을 강행한다는 겁니다.


 애석하게도 <캔디맨>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다루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그를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으로 직접 드러내는 것도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흑인들이 길거리를 걷는 장면에 들어가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이제 거의 반사적인 조합이나 마찬가지죠.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이의 선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그어져 있고, 영화는 예고하고 또 예고된 문법을 한 치도 빗겨가지 않습니다.



 초인적인 살인마를 소재로 한 영화치고는 그의 기원이나 추적 등 기대할 만한 것들의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극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러 줄기들이 서로와 섞이는 듯 섞이지 않는 듯 공존하는 통에 한 쪽에 집중하면 다른 한 쪽의 것들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죠. 제목이 캔디맨인 영화치고는 캔디맨과 무관해 보이는 상황이나 대사가 많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물론 비중이 적을 뿐 나와야 하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원작을 향한 존중과 애정도 여기저기 담뿍 묻어 있고, 수위 조절을 어느 정도 했다고는 하지만 15세 관람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장면도 왕왕 등장하죠. 다만 장점이자 개성이 되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대중적인 것과는 반대쪽에 위치한 터라, 이마저도 조던 필 특유의 정직한 자기만족으로 보이게 되는 겁니다.



 단순히 살인마에 초점을 두고 상업영화처럼 연출했다면 드라마 시리즈 <수퍼내추럴>의 한 에피소드처럼 자극적으로 뽑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고상한 것을 추구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을지언정 그 추구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캔디맨> 또한 조던 필 작품관에 발을 들일 자격을 얻었구요.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겸 부활이라고 여긴다면 충분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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