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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19. 2021

<푸른 호수> 리뷰

돌팔매로 꾀한 잔물결


<푸른 호수>

(Blue Bayou)

★★★


 <미나리>, <페어웰>, <부기> 등 미국 사회의 동양인들을 새삼스레 바라보는 영화 대열에 합류한 <푸른 호수>입니다. 아마 커리어 마지막까지 <트와일라잇>의 벨라 친구로 소개되지 않을까 싶은(...) 저스틴 전의 주연 겸 연출작이기도 하죠.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크 오브라이언, 린당 팜, 시드니 코왈스키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칸 영화제와 부산영화제 등을 거쳐 지난 13일 개봉되었었구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어 '안토니오 르블랑'이라는 이름을 얻은 한 남자. 그에게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 캐시와 사랑스런 딸 제시,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가 전부입니다. 어느 날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경찰에 붙잡힌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이민단속국으로 넘겨지고,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게 되며 강제추방 위기에 처하고 말죠.


 타지에서 주변인이라는 시선에도 굴하지 않으며 꿋꿋한 삶을 이어 온지 십수 년, 이제는 그들이 싫어도 일원으로 간주받을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사실 자신은 이 땅에 서 있을 권리조차 갖고 있지 않았음이 밝혀지지만, 눈물을 흘리며 던진 외침에는 그간의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작은 메아리도 찾아볼 수 없죠. 갈 곳은커녕 서 있을 곳조차 바닥으로 꺼져들어갑니다.



 영화의, 각본의 시작점이 명확히 보이는 작품입니다. 입양 관련 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붕 떠버린,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죠. 너무나도 특수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누구의 이해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 탓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시야에 들어온 뒤에도 못 본 체 흘려 버렸던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건네죠.


 사실 이성보다는 감성의 측면이 강합니다. 법적이거나 제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나도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호소가 주를 이루죠. 돌봐야 할 가족이 있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한계도 무릅쓰는 사람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적은 있지만, 뼈저리게 반성하고 새출발을 갈구해도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할 수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그 연출 과정에서 지름길이나 쉬운 길을 택하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제시의 전남편인 경찰 에이스와 데니가 있죠. 알아서 차악과 최악의 자리를 나눠갖는 이들은 사사건건 안토니오가 편하게 있는 꼴을 보질 못하며 자연스러운 선악 구도를 형성합니다. 이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 덕에 안토니오는 숨만 쉬어도 상대적 약자와 선역 자리를 손쉽게 가져가죠.


 조금씩 늘어나던 무대의 작위성은 최후반부에 폭발합니다. 한 번 시작된 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몰라 일단 끝까지 가 보자며 질주하죠. 린당 팜의 파커는 물론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캐시마저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이탈한 채 안토니오에게서, 그 중에서도 빛 바랜 필름으로 거칠게 확대해 찍은 듯한 안토니오의 얼굴에서 관객들 하나하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이끌어내려 하죠.



 말하지 않아도 알아 주길 바라면서도 말하는 것이 많은 영화입니다. 덜어내고 절제했더라도 똑같은 울림을 줄 수 있었겠지만, 이토록 중요한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까 싶어 여기저기 양념을 더했죠. 연출은 예술적이고 싶으나 결과는 상업적이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욕심이 의도를 망치는 참사까지는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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