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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Dec 01. 2021

<레드 노티스> 리뷰

털면서 털기


<레드 노티스>

(Red Notice)

★★★


 <센트럴 인텔리전스>, <스카이스크래퍼> 등 양산형 드웨인 존슨 영화(?) 전문가 로슨 마샬 터버가 넷플릭스와 손잡은 <레드 노티스>입니다. 이번에도 함께한 드웨인 존슨은 물론 라이언 레이놀즈와 갈 가돗까지 합류했죠. 스멀스멀 늘어난 제작비는 2억 달러까지 치솟아 현존하는 넷플릭스 영화들 중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공개일은 바로 어제였구요.



 국제 지명수배 중인 미술품 도둑 부스 앞에 FBI 최고의 프로파일러 하틀리가 나타납니다. 엉겨붙어 싸우다가 함께하게 된(?) 둘은 무려 3억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세 개의 보물을 찾아나서고, 존재 자체가 전설이라 여겨진 또 다른 도둑인 비숍까지 참전하며 판을 키우죠. 임기응변과 세 치 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만난 곳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권모술수가 판을 칩니다.


 이보다 더 전형적일 수 없고 이보다 더 모범적일 수 없는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15세 관람가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충 12세 관람가로 해도 될 것 같은 안전한 도둑질과 액션을 표방하죠. 완성된 그림도 볼만하고 맞추는 재미도 있으나, 조각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금방 하고 걸어놓지는 않을 퍼즐입니다. 그냥 다 맞추기까지의 시간이 채워지는 데에 의의를 두는 영화죠.



 사건과 전개가 단순하다 보니 승부처는 캐릭터입니다. 세 주인공은 거기에 더 이상 최적화될래야 최적화될 수 없는 배우들이구요. <데드풀> 이후로 라이언 레이놀즈의 얼굴을 뒤집어쓴 데드풀이 된 라이언 레이놀즈, 언제 어디서나 사람 좋은 미소로 무장했으나 누구든 곧바로 접어버릴 근육을 갖춘 드웨인 존슨, 매력과 근력까지 모두 잡은 갈 가돗까지죠.


 반대로 말하면 <레드 노티스>는 세 배우를 떠올렸을 때 따라붙는 이미지와 수식어들을 있는 그대로 갖다 모으기만 한 영화입니다. 각 배우들이 기존 출연작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캐릭터들의 교집합을, 이번 영화만의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상에 만족하죠. 배우들 입장에서는 이토록 돈 냄새 가득한 영화를 이렇게까지 쉽게 찍을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겠다 싶습니다.



 갈등의 형성과 해결을 비롯한 전체적인 기승전결은 전체 관람가용 어드벤처물을 간신히 벗어나는 수준입니다. 몇천 년 전의 보물이 몇 억 달러라는 식으로 숫자만 허황되게 불려 가며 판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둔해 보이는 손쉬운 전개를 고집하죠. 때문에 공권력이나 악당의 개입은 설득력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정도구요.


 그래도 이전에 라이언 레이놀즈의(혹은 데드풀의) 입담을 즐겼다면 꽤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오는 대사들의 합만 지켜보고 있어도 심심풀이는 충분하죠. 다만 두 남정네들의 존재감이 영화의 안팎으로 워낙 강한 통에, 포스터 중앙까지 차지한 갈 가돗은 장면마다 주인공용 자유이용권 끊고 둘이 태워주는 놀이기구를 타기만 하는 관광객마냥 겉도는 편입니다.



 이렇다 보니 기승전결에 의미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데드풀이 더 락을 만나는데 그 사이에 원더우먼이 끼어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는 망상이 여기에 다다른 느낌이죠. 어디 비행기에서 틀어 놓으면 여타 리스트의 영화들 중에서는 확실한 상위 호환을 차지할 수 있을 영화입니다만, 시리즈를 지향하기에는 할리우드와 넷플릭스 특유의 안전 가도 끝 추락을 예고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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