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Feb 07. 2022

<호크아이> 리뷰

가족용 가족 입단식


<호크아이>

(Hawkeye)

★★★☆


 언젠가는 영화로 나올 줄만 알았던 주연작이 드라마로 흘러들어온 마블 스튜디오-디즈니 플러스 신작 <호크아이>입니다. 일주일에 한 에피소드씩 공개하며 총 6부로 완결되었죠. 세계관 개국공신들 중 한 명인 제레미 레너에 새로이 합류한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공동 주연을 맡았습니다. 거기에 베라 파미가, 토니 달튼, 알라쿠아 콕스, 린다 카델리니 등이 이름을 올렸구요.



 유년 시절부터 양궁을 비롯한 체육 활동에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성장해 온 케이트 비숍. 어릴 적 뉴욕 사태 한복판에서 우연히 본 호크아이의 영웅적 모습은 그녀의 가슴 속 로망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영 수상한 새 약혼자가 생기고, 그의 행적을 조사하며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다름아닌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과의 예상치 못한 동행으로 이어지게 되죠.


 개국공신들의 연이은 은퇴로 비교적 몸값이 싼(...) 2대들의 승계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크린 쪽에서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처럼 엄청난 규모의 사건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통에, 소소한 후진 양성 과정까지 거기서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블랙 위도우>는 기획이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의 출범보다 아주 약간 앞서면서 예외가 된 듯 하지만, 그 외 멤버들에겐 가차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호크아이는 특히나 주연과 조연의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초인부터 마법사까지 온갖 괴물들이 날뛰는 곳에서 백발백중의 활잡이가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죠. 특성 자체가 순수 액션 쪽에 가까운 터라 로맨스나 첩보 등 초능력이 아닌 영역의 재미를 주기에도 언제나 비교 열위를 가져갔습니다. 초대 멤버임을 제외하면 다른 드라마 시리즈 주인공들에 비해서도 무게감이 크지는 않죠.


 그렇다고 선배 대우를 빼놓기엔 섭한 입지인 것도 사실입니다. 원작에서도 호크아이의 업적을 이어받았던 케이트 비숍이 등장하리라는 예측은 일찍이 있었고, 때문에 한때 젊은 신예 여배우들의 인스타그램엔 보라색이 잔뜩 들어간 옷을 입고 양궁 연습을 하는 사진들이 가득했었죠. 그들에겐 애석하게도 배역은 이미 충분히 유명했던 헤일리 스타인펠드에게 돌아갔지만요.



 결국 이번 <호크아이>는 클린트 바튼보다는 '호크아이'라는 이름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6부를 이끌어가는 몇 개의 굵직한 이야기들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이제는 책임질 것이 지나치게 많아져 버린 클린트 바튼이 마침 그것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또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덜어주는 과정을 그리죠.


 물론 처음부터 내려놓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던 건 아닙니다. 어쨌든 전 인류를 몇 번이고 구한 어벤져스의 어엿한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분명 있고, 좋은 기억도 자신의 것이라면 좋지 못한 기억 역시 자신의 것이라는 책임감도 홀로 감내하고 있었죠. 그러나 서서히 한계를 보이는 신체 능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도 없는 현실은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점점 키워갔습니다.



 거기에 몇 개의 가지를 더했습니다. <인피니티 워>에서 <엔드게임> 사이에 호크아이는 '로닌'이라는 이름으로 자경단 활동을 한 적이 있었죠. 타노스 사태로 가족을 잃은 분노는 '감히 살아남은' 악인들을 향했고, 스스로도 후회할 정도의 가혹함으로 무차별 처단을 이어갔던 시절입니다. 호크아이가 로닌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뿐이나, 그 때 로닌에게 당한 사람들의 복수심은 남아 있었죠.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은 케이트 비숍입니다. 클린트 쪽은 온갖 뒷세계 조직이나 거물과 연결되어 있지만, 부잣집 딸내미 케이트는 끽해야 수상한 새아빠 후보 정도가 최대의 적이죠. 제아무리 전국구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체육 영재라 할지라도 악당들과의 본격적인 전투를 진지하게 다루기엔 무리가 있으니, 극의 분위기 자체를 살짝은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겠지요.



 심지어 <호크아이>의 첫 번째 예고편은 일종의 크리스마스 특선처럼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블랙 위도우>의 쿠키 영상에서 예고되었던 시리즈가 연휴 특집으로 나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죠. 잘못 접근하면 극의 수준 자체를 끌어내리기는 악수가 될 수도 있었으나, <호크아이>는 케이트 비숍과 클린트 바튼이라는 정반대 영역의 인물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균형을 찾아나갑니다.


 그렇게 발랄하면서도 떨어지지는 않는 케이트와 묵직하면서도 인간미는 갖춘 클린트가 동행합니다. 너무 가벼워진다 싶으면 클린트가, 너무 무거워진다 싶으면 케이트가 나섭니다. 범죄 액션물과 <나 홀로 집에>를 오갑니다. 새로이 등장하는 주조연들 또한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주인공 사이에서 각자의 자리를 찾고, <호크아이> 이후로도 새로 맞추게 될 합을 기대하게 하죠.


 다만 TSM이라며 거의 공식 단체 취급을 받는 트랙수트 마피아 쪽은 대우가 과합니다. 이매진 드래곤스 이야기를 하는 쫄따구들은 귀엽게 볼 여지라도 있지만, 대장 마야 쪽은 배우의 카리스마 면에서나 업계에서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연 면에서나 약하죠. 그럼에도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각본에서나 실제 분량 면에서나 비중을 늘리는데, 종국엔 다른 악당들이 받아야 할 자리를 빼앗는 수준에 이릅니다.



 그래도 영화의 스케일에 드라마의 전개가 때때로 충돌했던 다른 시리즈들에 비하면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편입니다. 영화에서 다루기에는 가볍고 세부적이지만, 그렇다고 보여주지 않고 암시하거나 그냥 넘어가기엔 많은 내용을 딱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죠. 몇몇 명장면에 클린트의 은퇴와 케이트의 합류, 다른 2대들과의 화음을 고대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해피 뉴 이어>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