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Feb 07. 202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

영역다툼끼리 영역다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


 스티븐 스필버그가 2018년 <레디 플레이어 원>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신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입니다. 당초 2020년 연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약 1년 정도 연기되었고, 12월 개봉된 본토와는 달리 국내엔 해를 넘겨 지난 1월 12일 개봉되었죠. 안셀 엘고트, 레이첼 지글러, 아리아나 데보스, 데이빗 알바레즈, 마이크 파이스트, 코리 스톨, 브라이언 제임스, 매디 지글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뉴욕 변두리를 장악한 제트파의 일원 토니는 갓 출소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제트파와 맞서는 샤크파 리더의 동생 마리아는 고향인 푸에르토리코를 떠나 정착한 뉴욕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 싶죠. 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토니와 마리아. 하지만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를 차지하려는 제트파와 샤크파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둘의 사랑은 날로 커다란 장애물을 맞이하죠.


 1950년대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동명 뮤지컬의 두 번째 영화화입니다. 첫 번째는 1961년작이었으니 무려 60년만이죠. 61년작에 아니타 역으로 출연한 리타 모레노는 제 1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놀랍게도 발렌티나라는 역할로 이번 작품에도 출연했습니다. 또한 이번 아니타 역으로 출연한 아리아나 데보스는 제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같은 상을 수상했구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서로를 죽일 듯 적대시하는 두 파의 남녀가 남몰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보시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의 재해석인데, 여기에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나 인종 문제 등 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소재들이 조금씩 섞였습니다. 근래 뮤지컬 영화 중에서는 <인 더 하이츠>의 기억을 끄집어낼 관객들도 왕왕 있겠죠.


 처음부터 고전의 재해석인 각본을 2021년의 눈으로 다시 한 번 재해석할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스필버그는 오히려 그 반대 노선을 택했습니다. 고전을 정말 고전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이죠. 60년대 영화를 디지털 복원한 듯한 화면 색감, 세트장 티 폴폴 나는 길거리 등 '그 때 그 시절'이라는 단어를 화면 안과 밖 모두에 적용시켰습니다.



 사실 어느 모로 보나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 구석이 부족한 영화입니다. 영화 팬 중에서도 할리우드의 고전에 열광하는 팬들의 수는 다수가 아니고, 인종 문제를 비롯한 극중의 사회적 갈등 요소 또한 피부로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겠죠. 주인공들이 노래하는 아메리칸 드림에 공감하려면 꼭 푸에르토리코인일 필요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감할 범인류적 소재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토니와 마리아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기대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포스터가 내보이는 정도의 사랑 영화는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비중만 놓고 보면 제트파와 샤크파의 대립이 더 많은 사건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둘의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줄거리로 보나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나 다소 겉돈다는 느낌이 강하죠.



 냉정히 말해서 서로 한눈에 반한 청춘 남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일단은 주변의 반대와 시선을 무릅쓰고 이루어지려는 사랑인데, 이마저도 신분이나 계급 등 누가 어떻게 보나 '절대 초월할 수 없는 것을 초월한' 정도는 또 아닌지라 애매합니다. 보통은 이렇게 새로이 피어난 사랑이 기존의 무언가를 바꾸는 전개가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영화의 분위기가 이마저도 집어삼키죠.


 그리고 이 분위기라는 것이 의외로 어둡습니다. 많이 어둡습니다. 몇몇 장면은 12세 관람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각적으로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상황이나 소재 자체의 수위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순간이 더러 있습니다. 다루는 재료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컸겠으나, 영화 전체의 일관성 면에서 본다면 딱히 좋은 선택은 되지 못하죠.



 커다란 두 줄기가 서로와 필요 이상으로 충돌합니다. 자연스레 섞여들라치면 서로와 상관없는 가지가 하나씩 불쑥 튀어나와 조화를 방해합니다. 뮤지컬 영화인지라 그럴 때마다 노래를 꺼내들며 일종의 접착제로 사용하려고 하는데, 캐릭터부터 상황까지의 이질감이 워낙 커 순간의 시선 유도에 그칩니다. 결국 둘 중 누구도 스스로에게 걸맞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데 실패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특송>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