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May 15. 2022

<애덤 프로젝트> 리뷰

효도 시간여행


<애덤 프로젝트>

(The Adam Project)

★★★


 작년 <프리 가이>를 내놓자마자 라이언 레이놀즈를 너무 보고 싶었는지 곧바로 다시 만난 숀 레비 감독의 <애덤 프로젝트>입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중심으로 워커 스코벨, 조 샐다나, 마크 러팔로, 제니퍼 가너, 캐서린 키너 등이 뭉쳤죠. 제작비 1억 1600만 달러를 들인 넷플릭스 영화로, 지난 3월 11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되었습니다.



 시간여행 중 2022년에 불시착한 전투기 파일럿 애덤 리드. 자신을 쫓는 무리에게서 도망치는 동시에 그들을 물리칠 도움을 받으려 과거에 도착했지만, 목표했던 시간대에서 살짝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1분 1초가 시급한 이 때, 만나서는 안 되는 과거의 자신과 한 팀을 이룬 애덤과 애덤은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구할 합동 임무에 나서죠.


 얼핏 보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디즈니에서 곧잘 만들곤 하는 SF 판타지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주인공 꼬맹이는 당돌하고 모험심이 넘치지만, 가끔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어린이이기도 하죠. 그런 그의 곁에는 혼자서도 인류 하나쯤은 너끈히(?)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주인공의 존재 덕분에 항상 부족했던 자아의 일부를 완성하는 또 다른 성인 캐릭터가 있구요.



 <애덤 프로젝트>는 그 전형이자 공식에 약간의 변주를 시도했습니다. 그 둘을 동일인물로 설정한 것이죠. 물론 그마저도 아주 신선한 설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익숙한 그림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뽑아낼 정도는 됩니다. 특히나 그 어른을 연기하는 배우가 이제는 모든 연기를 데드풀처럼 하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라면 더더욱 그렇겠구요.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사 자신이라고는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는 꼬마 애덤이 하나, 후회로 가득한 과거를 애써 외면하던 어른 애덤이 다른 하나죠. 꼬마 애덤은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어른 애덤은 과거의 자신을 만나며 시간선에서는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서로와 함게 모험하며 둘 다 각자의 삶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 때문에 두 애덤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캐릭터는 충분히 존재 의의를 확보합니다. 마크 러팔로의 루이스, 제니퍼 가너의 로라, 캐서린 키너의 소리언이 있겠죠. 꼬마 애덤에게는 일상의 소중함을 더하고 어른 애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환기합니다. '어른이 되어 미래에서 온 아들과 만나는 아빠' 설정은 그것대로의 재미가 있기도 하구요.


 반대쪽엔 조 살다나의 로라가 있겠습니다. 어른 애덤에게만 의미가 있는 인물인데, 어느 모로 보나 애덤의 아빠인 루이스가 로라의 존재 이유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 호환 격의 캐릭터인지라 사실 통째로 빠져도 큰 지장은 없죠. 그럼에도 다른 사람 못지않은 비중으로 활약할 기회는 주어지는데, 공통의 사건으로 깔끔하게 잘 묶여들어가던 시간대들이 살짝 삐져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대충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만나는 그림만 바라보고 만든 영화인지라 시간여행 설정의 완벽성을 따지고 들어가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시간여행을 차용한 창작물들은 미래에서 넘어와 바꾼 과거가 이미 반영된 결과라고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평행 세계나 새로운 시간대로 설정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애덤 프로젝트>는 순간순간 원할 때마다 살짝씩 취사선택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초에 스스로 대단한 과학적 근거나 자신감을 내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그렇게 따지고 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주인의 DNA로 작동하는 비행기에서 빔을 쏴서 시간여행 포탈을 만드는 영화입니다.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유치한 선만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 되는데, <애덤 프로젝트>는 그를 크게 모나지 않게 해냅니다.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하고, 그 예상 가능함이 즐거움이자 의의로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아역배우 워커 스코벨은 <퍼시 잭슨> TV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라이언 레이놀즈의 축하를 받기도 했죠. 예전부터 <데드풀>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하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그렇게 열심히 봤다는 말에 데드풀 본인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었을지 새삼 궁금하네요.

작가의 이전글 <공기살인>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