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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17. 2022

<스텔라> 리뷰

자동차와 연식 대결


<스텔라>

★☆


 2016년 <형> 이후 6년만에 돌아온 권수경 감독의 신작, <스텔라>입니다. 촬영은 2019년 말에 모두 종료되었지만, 다른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런저런 사정으로 개봉 연기를 겪고는 2022년 4월에야 개봉을 맞이했죠.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 전노민, 김슬기, 박영규 등이 이름을 올렸고,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투자 배급했다는 점이 가장 의외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막다른 인생 제대로 한 번 달려본 적 없는 차량담보업계 에이스 영배. 보스 서사장이 하룻밤 맡긴 슈퍼카가 절친 동식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고, 범인으로 몰린 영배는 서사장 일당에게 쫓기게 되죠.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도망칠 곳도 없는 그의 눈앞에 기억하기도 싫었던 아버지의 유품인 1987년식 스텔라가 나타나고, 그렇게 유일한 희망인 고물을 타고 슈퍼카를 찾아야 하는 여정이 시작되죠.


 고물 차를 끌고 슈퍼카를 쫓아야 한다니, 잘만 다듬으면 <분노의 질주> 줄거리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설정입니다. 시대를 대변했던 차종 중 하나인 스텔라를 소재로 주인공의 직업부터 아버지와의 사연을 한 데에 묶으려 하죠. 장르는 코미디인지라 진지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신파를 통해 웃음과 눈물을 모두 잡으려는 명절 영화 향기가 진하게 풍깁니다.



 우리의 주인공 영배는 비록 하는 일은 거칠지언정 마음만큼은 따뜻합니다. 빚을 진 사람들을 찾아가 차를 빼앗아오는 일을 하지만, 동네 어르신에게는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청년이죠. 아버지 이야기만 하면 치를 떠는데, 아버지가 떠나고 병이 난 어머니를 보살피며 기울어 버린 집안에 고통받던 과거 탓입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눈 하나 깜빡할 이유가 없죠.


 그런 고향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스텔라엔 많은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이거 하나면 우리 집 이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던 아버지의 미소부터, 그런 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자란 자신의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들어 있죠. 쳐다도 보고 싶지 않던 그 스텔라가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으니, 평생 돌아볼 일 없을 줄 알았던 과거와 재회하는 순간입니다.


 영화의 주된 장르인 코미디는 영배의 순박함과 조직원들의 얼빵함,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를 방불케 하는 스텔라의 영험함(?)에서 비롯됩니다. 조폭과 코미디를 연결시키는 시도부터 캐릭터들의 과장된 행동이나 대사를 주 무기로 삼는 것까지, 신선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장치들만이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죠.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완전해지는 후반부 전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져보면 스텔라와 아버지 이야기만 했어도 되는 상황에 굳이 슈퍼카와 슈퍼카를 훔쳐간 친구 캐릭터를 등장시킬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대충 일이 꼬여서 도망을 가야 하는 상황이 필요했을 뿐인데, 사건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통에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영화의 주머니 사정에 슈퍼카를 등장시키고 주연급 배우를 한 명 더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자처한 것이죠.


 제멋대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최후반부 들어 정말 막나가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라는 이유로, 개중에서도 코미디 영화라는 이유로 아슬아슬했던 선을 마치 예행연습 삼았다는 듯 본격적으로 넘어 버리죠. 다른 영화들이라면 상상 장면으로도 안 써먹을, 웃기지도 우습지도 않은 장면들과 설정들을 범람시키며 혼자 신나서 파티를 벌이니 어쩌면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소재 면에서나 그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 면에서나 90년대에, 잘 쳐주면 2000년대 초에 나왔어야 할 영화입니다. 여기서 '나왔어야 할'이라는 표현은 그 때 그 시절이어야 봐 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금 이 시기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죠. 웃기려고 할수록 슬퍼지고, 슬퍼지다 못해 화가 나는 영화들의 뒤를 따랐습니다. 아무래도 늦게 따를수록 가혹해질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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