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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22. 2022

<배드 가이즈> 리뷰

우리 친구들을 위한 선행 학습


<배드 가이즈>

(The Bad Guys)

★★★


 <쿵푸 팬더> 시리즈, <가디언즈> 등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제작부에서 활동하다가 감독 자리에 이름을 걸고 데뷔한 피에르 페리펠의 <배드 가이즈>입니다. 호주의 아동 문학 작가 애런 블레이비가 쓴 동명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요즘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 중에는 드물게도 시리즈나 세계관 영화가 아닌 독립 작품이기도 하죠. 지난 4일 개봉되어 30만 관객을 돌파했구요.



 작전 설계부터 금고 해제, 해킹, 액션, 위장까지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울프와 친구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도 착해질 수 있다는 마멀레이드 박사의 주장으로 나쁜 녀석들은 바른생활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자유의 몸이 되어 다시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착한 짓을 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하죠.


 줄거리는 너무나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합니다. 제목이 나쁜 녀석들이면 읽을 땐 착한 녀석들이라고 읽는 것이 국-룰이겠죠. 누구보다 나쁘고 누구보다 터프한 패거리를 자처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면모가 잠자고 있습니다. 보통 그를 드러내는 것은 아무리 나빠도 저 놈보다 나쁜 건 말이 안 된다는 문장에서 '저 놈'을 맡고 있는 진짜 악당이 되겠구요.



 <배드 가이즈>는 거기서 한 토씨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도둑질을 숨 쉬듯이 하면서 그들을 쫓는 공권력을 깔보지만, 어째 어벙한 경찰보다는 멋이라는 것이 철철 흐르는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걸리죠. 하지만 미래의 꿈나무들인 어린이 관객들이 보기엔 영 교훈이 좋지 않으니, 아무리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서 만족한다고 생각해도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보람과는 비교할 수 없음이 주제가 됩니다.


 여느 비슷한 영화들처럼 팀을 꾸려 도둑질하는 하이스트 무비의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그 대장의 치명적인 면모를 내세웁니다. 물론 시도가 그렇다는 것이지 결과까지 잘 따라온다는 것은 아닙니다. 잘 만들어진 동종 유사작들을 언급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그 공간은 순전히 애니메이션이라서 납득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계획이랄 것도 없는 계획과 반전이랄 것도 없는 반전이 각본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름 요철과 장애물들을 잔뜩 준비해 놓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지켜보고 있으면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간달까요. 나쁘다고는 하지만 이미 카메라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누구의 눈에도 나쁘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데, 그처럼 본인만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하는 그림의 연속입니다.


 힘을 준다고 해서 결과가 정직하게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주인공 울프를 옴므파탈로 묘사하려 온갖 정성을 기울입니다. 나쁜 짓을 일삼지만 노인을 공경하고 여자에겐 따뜻합니다. 동료애는 극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는 위험도 무릅쓰죠. 그러면서도 가끔씩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그마저도 스스로가 자신의 포인트임을 알고 있는 수준입니다.



 울프의 이런 면모는 샘 록웰의 끈적한 목소리가 처음 들릴 때부터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이 나오지는 않겠다는 자포자기가 초반부터 깔리게 되죠. 그 예측마저도 예측 가능함의 일부가 되어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이겠구요. 더 이상 무난할 수 없음은 영화의 모든 구성 요소가 시너지 없이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그보다는 주인공 일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정말 동물이 아니라 인간임에도 별 설명이 없다거나, 피라냐가 물 밖에서 걸어다닌다거나, 기니피그가 박사학위를 따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실험실엔 기니피그가 가득하다거나(!) 하는 뻔뻔함이 더 큰 개성이 됩니다. 세계관보다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배분한 비중에 비하면 효율 차이가 크긴 하지요.



 3D 애니메이션임에도 2D 버전의 몽실몽실함이 담겨 있다거나, 그러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소화해내는 등 애니메이션 연출 자체의 힘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치고 캐릭터들이 미형이기도 하죠. 원작이 벌써 15권까지 나온 걸 떠올려 보면 영화보다는 스트리밍 시리즈쯤으로 나오는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라도 이상하게 다음 편을 보고 싶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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