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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22. 2022

<더 노비스> 리뷰

올곧게 뒤틀린 질주


<더 노비스>

(The Novice)

★★★☆


 2010년대부터 할리우드 음향 업계에서 활동하던 로렌 해더웨이가 감독 데뷔작으로 내놓은 <더 노비스>입니다. 아무래도 영원한 대표작으로 남을 <오펀: 천사의 비밀>의 이사벨 퍼만을 사실상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죠. 일부 서양권에서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개봉되기 시작했으나 국내엔 오는 25일 정식 개봉 예정이네요.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뒤 최고가 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만, 자신 절반의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으나 타고난 재능으로 엄청난 결과를 내놓는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낍니다. 언제 어디서든 1등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하던 알렉스는 제이미는 물론 고학년과 1군 선수들까지 이기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점차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합니다.


 조정부 출신에 조정를 소재로 한 단편을 내놓은 감독이 조정부 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주인공 알렉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인물인데, 흥미롭게도 감독 로렌 해더웨이가 음향 작업에 참여했던 영화들 중엔 바로 그 <위플래쉬>도 들어 있죠. 희미하게라도 영향을 받았을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스포츠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줄거리는 아주 크게 보면 두 줄기로 나뉠 겁니다. 재능을 가졌지만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거쳐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줄거리가 하나, 뒤틀린 욕망으로 경쟁자 혹은 장애물을 썰어 버리는(!) 스릴러가 다른 하나겠지요. 전자는 소위 말하는 감동 실화를 써먹고, 후자는 스포츠 드라마보다는 스릴러의 껍데기를 쓰는 경우가 많겠습니다.


아마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을 분류한다면 못해도 10편 중 9편 이상이 저 두 가지 분류에 들어가겠지만, 흥미롭게도 <더 노비스>는 둘 다 아닙니다. 보통 주인공이 최고가 되는 전개만큼 뻔한 것이 없기에 전자는 실화임을 어필하고, 그렇지 못한 각본들이 활로를 찾던 중 후자가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 실화가 아님에도 최고가 되는 줄거리에 동력을 부여하려면 제 3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영화의 제목인 'The Novice'는 '초보자'라는 뜻입니다. 조정부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부르는 명칭이기도 하죠. 우리의 병아리들에게 이름도 인격도 없이 부여되는 단어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알렉스는 자신이 '노비스'라 불렸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실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 순간마다 되새기며 전진하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가장 부족한 과목을 전공으로 삼고, 시험 시간엔 누구보다 늦게까지 남아 모든 문제를 세 바퀴씩 돌며 검토합니다. 모든 순간마다 완벽을 추구하는데, 도대체 저렇게까지 자신을 내모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한 것이 당연하죠.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야만 할 것이고, 그것이 있다면 알렉스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긴장의 이유가 됩니다.



 때문에 <더 노비스>는 지나고 보면 스릴러의 요소를 딱히 갖고 있지 않음에도 웬만한 스릴러에 필적하는 긴장감을 갖고 있습니다. 알렉스가 본인의 라이벌이라고 규정한 제이미와 대립할 때마다 품에서 칼이라도 꺼내지 않을까, 갑자기 눈이 돌아서 맨손으로 때려눕혀 강에 던지지는 않을까 싶은 분위기가 있죠. 하지만 알렉스의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순수한 의지는 그런 의심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강해진 시얼샤 로넌(?)처럼 보이는 이사벨 퍼만은 그런 알렉스를 훌륭하게 연기해냅니다. 최고가 되지 못해 항상 화가 나 있지만, 그 분노는 자신보다 나은 타인이 아니라 그런 그들을 이겨내지 못한 자기 자신을 향하죠. 정말 순전히 최고가 되고 싶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서 그렇게까지 행동한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워낙 강렬하고 단순한 흐름인지라 97분밖에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업 조교인 대니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도 같은 이유겠지요. 무엇보다도 영화의 핵심이자 줄기가 되는 알렉스의 열망에 공감하지 못하는 순간 영화 전체를 납득할 수 없어지는데, <블랙 스완>이나 <위플래쉬>가 주인공 못지않은 조연을 균형추에 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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