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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05. 2022

<파이어스타터> 리뷰

불 보듯 뻔한


<파이어스타터>

(Firestarter)

★★


 스티븐 킹이 1980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둔 <파이어스타터>입니다. 키스 토마스가 메가폰을 잡고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 잭 에프론, 시드니 레먼, 마이클 그레이이스, 커트우드 스미스 등이 이름을 올린 작품이죠. 1984년 그 드류 배리모어를 주연으로 제작된 적이 있는데, 원제는 똑같이 <Firestarter>였음에도 당시 국내엔 <초능력 소녀의 분노>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바 있습니다.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정부의 비밀 실험 기관에서 내내 고통받다가 가까스로 탈출하여 겨우 가정을 꾸린 앤디와 비키. 하나뿐인 딸이자 자신들처럼 초능력자로 태어난 딸 찰리를 사랑으로 키우지만, 어린 찰리의 능력은 너무나 강력함에도 너무나 불안정하죠. 설상가상으로 대를 이은 초능력자를 노리는 세력이 그들의 숨통을 조이고, 날로 강해지는 찰리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합니다.


 고백하자면 스티븐 킹 원작이나 초능력자 소재라는 것보다도 단순히 잭 에프론의 신작이라고 하여 별다른 정보 없이 고른 작품이었습니다. 어찌됐건 출연진 중에 가장 이름값 있는 배우가 잭 에프론임에도 포스터에선 얼굴도 이름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오히려(?) 관심을 끌었더랬죠. 원작자와 소재를 알고 난 뒤에는 큰 기대를 자연히 내려놓기도 했지만요.



 <파이어스타터>는 그렇게 내려간 기대치를 딱히 배신하지 않습니다. 초능력물을 생각했을 때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아주 기초적인 기승전결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초능력자들과 그들을 노리는 세력의 대립이죠. 대단한 권모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능력과 무력이라는 힘과 힘의 대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특별한 이유는 그저 지금까지의 초능력자들보다 더 강한 능력을 타고난 덕분이죠.


 막상 따져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찰리는 원하는 곳에 불을 내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보통 불 능력자라고 하면 불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건 좀 특이하긴 합니다). 보통의 주인공이 그렇듯 분노하거나 당황했을 때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발현되는데, 이 통제 불가능한 잠재력이 찰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인공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이유가 되죠.



 그런데 당장 찰리의 아빠인 앤디는 무려 눈을 마주친 상대를 생각대로 조종합니다. 타인의 의지를 주무르고 환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지배하고도 남을 능력인데,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생명의 위협이 있다고 하니 대충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아무리 말 그대로 초능력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선을 그어 놓지 않으면 각본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경우도 꽤 많죠.


 여기서 품는 의문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품게 되는 의문에 비하면 물음표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보다 보면 일단 굴러는 가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구르기 시작한 것인지 모를 전개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각자 어떤 이유로 이들과 엮여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는 보여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이들과 초능력으로 부대끼는 광경만으로 모든 설명을 대체하려고 하죠.



 비유하자면 드라마 시리즈에서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힘을 주게 되는 마지막화만 따로 보는 느낌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이미 앞에서 다 설명한 것처럼 구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본인들끼리는 이 상황에 꽤나 몰입해 각자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긴 하나, 관객과는 물론 서로와도 초면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이는 와중엔 별다른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삐걱대는 각본은 정말로 최소화한 등장인물 탓에 더더욱 비어 보입니다. 정부 기관과 초능력자의 대결이라는 수식만 보면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막상 등장하는 대립각은 기껏해야 3대 3 정도인지라 동네 패싸움으로 쳐 주기에도 작죠. 각자 가진 능력으로는 최소한 마을 하나는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은지라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물론 1200만 달러면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 축에 속하는 규모겠지만, 똑같이 1200만 달러를 들인 <크로니클>이나 절반인 6백만 달러를 들인 <더 보이(Brightburn)> 등을 떠올려 보면 제작비 핑계를 대기도 어렵죠. 제아무리 아무런 욕심 없는 순수 초능력물이 의외로 귀해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자기 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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