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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28. 2022

<데이 시프트> 리뷰

낮 뜨거운 밤


<데이 시프트>

(Day Shift)

★★★


 <존 윅>, <분노의 질주>, <메카닉>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시리즈의 스턴트 팀에 몸담아 왔던 J.J. 페리의 감독 데뷔작, <데이 시프트>입니다. 할리우드에서의 오랜 경력을 증명하듯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제이미 폭스, 데이브 프랑코, 피터 스톨메이어, 스콧 앳킨스, 칼라 소우자, 스눕 독 등 꽤 화려한 이름들이 모였죠. 지난 8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구요.



 LA에서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며 송곳니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우리네 가장 버드 자블론스키. 딸의 교육비와 치아 교정비까지 겹쳐 일주일 안에 1만 달러라는 거금을 모아야 하는 그의 눈 앞엔 뵈는 것이 없습니다. 평생 멀리하던 양복쟁이에게도 손을 벌리며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고, 헌터 활동 조합의 사무직 범생이 세스를 파트너로 배정받아 새로운 모험을 떠나죠.


 한동안 할리우드를 달구었던 온갖 뱀파이어 광풍이 지나가고 나니 의외로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영화입니다. 무기란 무기는 다 챙겨들고 뱀파이어들을 신나게 사냥하는 B급 영화라는 데에서부터 시간 때우기는 참 좋겠다는 기대가 드는데, 주인공이 제이미 폭스씩이나 되니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게다가 러닝타임을 거듭하면서 추가되는 얼굴들도 그 못지않게 반갑구요.



 B급 오락물이라는 껍데기와 주인공의 설정에 아주 충실합니다. 뱀파이어들을 썰어버릴 땐 가차없는 사냥꾼이지만, 세상 하나뿐인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집어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죠. 정신없이 싸우다가도 결정적 한 방을 날린 뒤에는 꼭 명대사 하나씩 날려줄 것만 같고, 똑같은 명대사를 내뱉더라도 그의 입에서 그의 억양으로 튀어나오면 더 멋있을 것만 같습니다.


 동료들 설정도 전형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이 이렇게 마초적이니 그를 따르는 동료는 반대 속성을 가져가야 볼 맛이 나겠죠. 책상 위에서 펜대나 굴리며 승진하기를 꿈꾸던 순수한 청년이 현장의 맛을 보고 생전 예상치도 못한 고생길을 걷습니다. 버드와는 시작할 때만 해도 서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사이였지만, 피 몇 번 같이 보고 난 뒤에는 서로에게 훌륭한 동료로 거듭나죠.



 거기에 꼰대 그 자체인 세스의 상사, 상남자 중의 상남자인 버드의 친구 등 조연들의 존재감을 더하면 최소한 아군 쪽에서는 액션부터 코미디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조합이 완성됩니다.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려고 용을 쓰는 영화라면 전형성이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가진 것 그대로에 만족하고 관객 또한 그러기를 바라는 영화들이라면 잘 팔리는 것들만 진열해 놓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죠.


 착한 쪽의 아귀가 이렇게 잘 들어맞는 와중 악당 쪽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죠. 원대한 계획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무시무시하게 구는 인물치고는 노는 통도 지나치게 작고, 무게만 잔뜩 잡지 유쾌하거나 쿨하지도 못해 매력 면에서는 주인공 일행과 비교할 수준도 되지 못합니다. 차라리 중반부 잠깐 나오는 나자리안 형제가 훨씬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애초에 개연성이나 만듦새에 신경쓴 조밀한 각본보다는 유혈 가득한 액션으로 승부하는 영화입니다. 여 썰고 저 썰리는 유혈과 서커스단의 도움을 크게 받은 듯한 관절 좀비(!) 등 시간 보내기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화면으로 밀고 가죠.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그저 잔혹했을 광경이 유쾌한 아저씨들 덕에 눈살 찌푸리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오락으로 거듭납니다.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단순합니다. 용케 제이미 폭스를 주연으로 내세운 것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옆에 스눕 독이 함께 서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어울려 보이기도 하죠. <에놀라 홈즈>, <익스트랙션>, <올드 가드> 등 온갖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속편 소식을 들고 오고 있는데, <데이 시프트> 정도면 <나이트 시프트>, <미드나이트 시프트> 등 근무 시간대만 바꾸어 가며 계속 나와도 나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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