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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29. 2022

<서울대작전> 리뷰

마력도 항마력도 부족


<서울대작전>

★☆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내놓은 문현성 감독의 신작, <서울대작전>입니다.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한 넷플릭스 작품으로,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옹성우, 오정세, 김성균, 정웅인, 문소리, 손지영, 송민호(!) 등 화려한 이름들이 함께했죠. 국내판 제목은 <서울대작전>이지만 영문 제목은 <Seoul Vibe>니 느낌이 같은 듯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공개일은 지난 8월 26일이었구요.



 운전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고뭉치 동욱과 그의 친구들. 항상 크고 작은 범죄에 연루되어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지만, 그만큼 뛰어난 실력 덕에 암암리에 그를 찾는 사람은 항상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큰 건이 들어왔다며 전국구 실력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인 경연이 펼쳐지고, 1등을 차지한 동욱 패밀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의뢰인 밑에서 더 큰 건들을 소화하게 됩니다.


 총이나 칼 대신 운전대를 잡은 액션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쪽엔 <분노의 질주>라는 어마어마한 괴수가 버티고 서 있고, 국내에서도 <퀵>, <뺑반>, <특송> 등 의외로 아주 어렵지는 않게 찾을 수 있죠. <타짜>, <도둑들>, <인사동 스캔들>, <꾼> 등 불법이지만 항상 수요가 존재하는 업계에서 최고들이 벌이는 대결은 항상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였습니다.



 <서울대작전>은 거기에 '레트로'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 시대상을 덧붙였습니다. 자동차라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그 때 그 시대를 담은 경우가 많죠.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던 각그랜저 등이 그렇습니다. <탑 건>, <라밤바> 등 고전 영화들의 필름통을 배달하거나, 최신 문물이었던 코카 콜라나 맥도날드, 그리고 원색으로 도배된 옷차림 등 시각적인 것에 꽤나 신경을 썼죠.


 당시의 정권 또한 <서울대작전>이 반영한 시대상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추격전 중 굳이 지름길이라며 들어간 대학교 안엔 사라진 선배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죠. 이후 극중 꽤 주요한 소재로 나오는 비자금 500억 원 또한 그 사람의 돈이고, 군인 정신으로 온 몸을 도배한 김성균의 이 실장까지 얹으면 영화가 표현하려고 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대강 유추됩니다.



 그러나 이것부터 벌써 삐걱거립니다. 정확히는 어설픕니다. 시대상이랍시고 가져오고 드러낸 것들은 8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소위 말하는 '힙'을 위해 선택적으로 취한 것들에 불과합니다. 옷차림만 해도 의복만 가져왔을 뿐 스타일링은 지금의 것을 한껏 따르고 있죠. 80년대가 아니라 80년대 컨셉을 위한 무더기 코스프레를 보는 것 같습니다.


 흑막으로 굳이 군사 정권을 택한 이유도 끝내 증명하지 못합니다. 어느 모로 보나 극중 최종 보스는 그 사람이나 이 실장이 아닌 문소리의 강 회장이죠. 강 회장은 그저 엄청난 권력으로 국가의 실세로 군림하는,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전형적인 악당입니다. 주인공 일행이 아닌 사람들에겐 가차없이 잔혹하지만 정작 진짜 그래야 할 땐 버벅대는 것조차 동일하구요.



 몇 명 되지도 않는 악역들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 주인공과 동료들 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인공인 유아인의 동욱은 모든 상황에서 중심이 되며 활약하는 와중, 거의 모든 캐릭터들은 한두 에피소드에서 겨우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결과적으로는 아예 필요 자체를 증명하지 못하죠. 자동응답기마냥 오디오가 빌 때 개성도 없고 기억에도 나지 않는 감탄사만 외치는 옹성우의 준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엔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개성도 한몫했습니다. 다들 외국어와 허세에 찌들어 자기가 한 가닥씩 하는 사람임을 말로 증명하려 합니다. 하나같이 건들대고 하나같이 건방집니다. 이들과 초면인 관객들에게는 아직 보여준 것도 없고 앞으로 보여줄 것도 없는데 서로 잘났다고 콧대를 세우죠. 한두 명이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캐릭터의 개성이 되지만, 모두가 그렇다면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의 분위기가 됩니다.



 운전이 중심 소재가 될 줄 알았던 영화가, 언제는 '월드 이찌방'이라며 형님의 운전 실력을 치켜세우던 영화가 그닥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색을 잃어버립니다. 자동차는 간데없고 팀을 꾸려 물건을 빼돌리는 도둑질 영화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CCTV도 뭣도 없이 서투른 와중 액수만 부풀려 판을 키우고, 작위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난데없는 핵폭탄급 무기가 튀어나와 주인공 일행을 돕죠.


 그렇게 뛰어나다는, 영화의 뿌리이자 핵심이 되어야 하는 동욱의 운전 실력도 막상 활약하는 순간이 적습니다. 초반부 필름통 레이스만 해도 윤희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온갖 좋은 차 죄다 합쳐서 괴물로 만들었다는 차를 몰면서도 일반 승용차 끌고 온 악당들에게 꽁무니를 쫓기죠. 결국 우리의 주인공마저도 주인공이라서 받는 대접을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건 다 집어다 쓰니 일관성도 없고 섞이지도 않습니다. 넷플릭스의 설명에 따르면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그리고 블록버스터 코미디라는 장르로 <서울대작전>을 분류해 놓았으나, 모두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닙니다(특히 코미디는 가장 아닙니다). 러닝타임도 무려 2시간 20분이라, 농담 아닌 농담으로 러닝타임이 짧은 것이 유일한 장점이라는 말도 여기엔 해당되지 않죠.



 적정 선을 지키는 것이 없습니다. 액션은 부족하고 대사는 과합니다. 몇몇 장면은 대화를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일 정도죠. 돈을 쓴 장면의 경우 대강만 보아도 독창적인 것과 어디서 가져온 것이 명확히 구분되는데, 전자는 어설프고 후자는 익숙합니다. 나오는 그림 그대로 다들 과하게 신나고 과하게 행복한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광고를 보는 것 같습니다. 걸린 이름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결과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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