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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29. 2022

<공조2: 인터내셔날> 리뷰

신발 갈아신고 제자리걸음


<공조2: 인터내셔날>

★★☆


 2017년 개봉되어 관객수 780만 명이라는 깜짝 흥행에 성공한 <공조>가 돌아왔습니다. 감독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으로 바뀌었지만, 현빈과 유해진을 비롯한 출연진은 그대로 복귀했죠. CJ 엔터테인먼트와 JK필름도 다시 한 번 손을 잡았구요. 그 외에도 다니엘 헤니와 진선규가 합류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100억 원 대였던 제작비도 150억 원 대로 훌쩍 뛰었습니다.



 수사 중의 실수로 사이버 수사대로 전출된 우리의 주인공 진태. 그러던 어느 날 북한의 악명 높은 범죄자 장명준이 남한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그 뒤를 쫓기 위해 북한에서 다름아닌 과거의 파트너 철령을 투입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상하리만치 커진 사건에 미국 FBI의 엘리트 요원 잭까지 끼어들며 수사 역사상 다시 없을 삼각 공조가 시작되죠.


 1편은 흥행을 노리고 만든 영화는 맞았지만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잘 되기를 바랐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던 영화였죠. 비슷한 사례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관객수로 무려 866만 명을 동원한 <해적>이 떠오르는데, 위에서 언급했듯 흥미롭게도 바로 그 <해적> 이석훈 감독이 이번 <공조 2>를 맡았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흥행의 손맛은 알고 있는 감독이죠.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일단 대박이 났으니, 본체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은 채 그 옆에 덧붙이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대신 기존의 것을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장수하는 시리즈들의 영업 비밀 아닌 영업 비밀이기도 하죠. 주조연들은 놔둔 채 뉴페이스를 합류시키거나 악당만 바꾸어 가면서 또 부수고 터뜨립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대표적이겠죠.


 보통 상업 영화의 속편이라면 '뭐든 더 커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마련인데, <공조>는 다릅니다. 나왔던 사람들은 그저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하는 가운데, 새로 등장한 사람들도 비슷한 크기로 움직이죠. 때문에 당연히 영화다 보니 전체적인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엄밀히 따지면 영화의 속편이라기보다는 TV 시리즈의 다음 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덕분에 장점과 단점을 완벽히 공유합니다. 1편을 보고 액션이 좋고 유머가 웃겼다고 생각했다면 그대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반대로 액션도 심심하고 유머는 낡았다고 생각했다면 그것 또한 그대로 그렇게 생각할 영화죠. 한편으로는 어쨌든 제작비 규모도 커졌고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했는데도 이렇게까지 똑같다는 사실만으로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구요.


 두루마리 휴지 액션이 칭찬을 받았으니 이번엔 파리채를 준비하고, 민영의 주접이 귀여웠다고들 하니 이번엔 그 대상을 한 명 더 늘리는 식입니다. 인물도 사건도 대사도 촬영도 지극히 안전하고 상업적입니다. 사건의 전환은 물론 개그용 한두 마디 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타이밍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죠. 낡고 촌스럽고 진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여기까지 온 비법이 그것이다 보니 내려놓지 못합니다.



 명절용 첩보 영화(?)가 가져야 할 것들은 죄다 집어넣다 보니 서로 일관성 없게 충돌하거나, 별다른 단서도 주지 않은 채 튀어나오는 상황이나 대사들이 당혹스러운 순간도 많습니다. 분명 극악무도한 범죄자였던 장명준이 갑자기 인간의 도리를 찾거나, 비자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사건이 갑자기 생화학 테러로 이어지는 전개가 좋은 예시가 되겠죠. 지나치게 익숙해 뒤돌면 잊어버릴 것들의 향연입니다.


 주인공 일행은 한없이 가벼워 시종일관 흩날리는데, 악당 쪽은 걷다가 어깨라도 닿으면 곧바로 머리통을 날려버릴 것처럼 무겁습니다. 차라리 장르를 통째로 코미디로 잡았다면 모를까, 악당은 악당다워야 한다는 듯 냉혈한 그 자체로 묘사하다 보니 주인공과 대립하는 순간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가늠이 어렵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연쇄살인마를 만화에 나오는 2D 뿅망치로 때려잡는 격입니다.



 상상하고 예측했던 그대로의 영화입니다. 보기 전에 이럴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들도, 보기 시작한 뒤 저럴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들도 남김없이 맞아떨어집니다. '인터내셔널'을 '인터내셔날'이라고 쓰며 첨단을 달리는 스스로의 재치에 흡족해했을 스킨 향기가 구석구석 깊게 배어 있습니다. 어찌됐든 추석을 타고 다시 한 번 흥행에 성공해 삼각 공조에 이은 사각 공조까지 선보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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