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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29. 2022

<정직한 후보2> 리뷰

거짓말만 안 할 뿐


<정직한 후보2>

★★


 2020년 2월 개봉되어 관객수 153만을 동원한 <정직한 후보>가 돌아왔습니다. 1편의 장유정 감독과 라미란, 김무열 등의 출연진이 모두 복귀했으며, 서현우와 박진주, 윤두준 등 새로운 얼굴들도 일부 합류했죠. 전편의 흥행 규모를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빠르고 확실한 속편이 제작된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습니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뻥쟁이로 돌아선 그 순간, 할머니의 염원이었던 진실의 주둥이가 운명처럼 다시 찾아오죠. 그런데 이게 웬걸, 이번엔 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예상과 결과가 어찌됐건, 확실한 컨셉으로 앞만 보고 달린 것이 <정직한 후보>의 강점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다 썩어빠진 거짓말쟁이들이니,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냐는 1차원적인 아이디어가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었죠. 거짓말을 안 하면 지지율이 오르고, 거짓말을 하면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공식은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나가는 수준의 영화적 설정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건의 구성을 탄탄하게 할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으니 영화의 톤을 전체적으로 가볍게 맞추었습니다. 장르는 코미디고, 정치를 수학마냥 입력에 따른 결과값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여기는 영화에 아주 대단한 것을 바랄 수는 없었죠. 공식석상에 오른 높은 사람이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헛소리를 하는 광경만 보아도 우스운, 마치 방송사고 영상을 보는 재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년만에 복귀한 이번 2편도 다를 것은 없습니다. 세상 굴러가는 이치를 단순하게 보자는 일념 하나만큼은 지금도 뚜렷합니다. 한 명이 나와서 이만큼 웃겼으니 두 명이 나오면 두 배로 웃기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죠. 시장에서 도지사로 직위만 바뀌었을 뿐 기승전결의 동력은 똑같습니다. 수십 수백억짜리 건설사 계약을 끼워 판을 조금 돌리긴 했지만 출발점은 비슷하죠.



 노리는 코미디의 방향성이 동일하니 전편을 보고 웃었다면 웃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신통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의 완성도나 개연성보다는 웃음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상황의 성립 자체가 말이 되지 않더라도 그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아주 쉽게 포기하죠. 뭐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건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영화적 가치는 퇴보했습니다. 전편은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독히도 단순하긴 하나 메시지와 비슷한 무언가를 담고 있었죠. 그러나 이번 2편은 그저 우주의 힘으로 거짓말을 할 수 없어진 정치인의 웃기는 상황만 갖고 달려듭니다. 그 고생을 하고 퇴출되었다가 간신히 복귀한 주상숙이 어깨에 힘 좀 들어가자마자 다시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만 보면 도대체 누가 선한 주인공인지 알 수도 없죠.



 자신을 속인 건설사와 관계자들은 절대악이고 국민을 속인 자신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으니 피해자라는 건지, 아무리 코미디 영화임을 감안해도 단순함의 문제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차라리 내가 했든 네가 했든 거짓말은 다 나쁜 것이니 주상숙을 포함한 모두가 일종의 벌을 받는 전개가 나왔다면 모를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도 이런 식의 전개는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중심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니 새로 합류한 조연들이 멀쩡히 서 있을 곳은 없습니다. 윤두준의 강연준과 박진주의 봉만순만 해도 개성과 톤이 정반대라 같은 장르 혹은 영화로 묶을 수조차 없는 인물들이죠. 진지한 전개가 필요한 순간에 설득력을 갖출 노력은 하고 싶지 않으니, 가볍디 가벼운 캐릭터를 갑자기 끼워넣어 이런 사람이 나오는 영화에 무엇을 기대하냐는 식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지탱하기도 아슬아슬했던 설정으로 시리즈를 책임지려니 힘이 많이 부칩니다. 건설사나 정경유착을 비롯한 후반부 소재들은 영화가 내세운 '진실의 주둥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내용이죠. 웃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웃기려 하면 할수록 금이 가는 장면의 연속입니다. 코미디마저 취향과 맞지 않다면 단숨에 무너지기 십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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