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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29. 2022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리뷰

털 달린 숨돌리기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Werewolf by Night)

★★★


 매년 인기 시리즈들의 장기자랑 자리가 되곤 하는 할로윈 스페셜 에피소드 행진에 올해는 마블 스튜디오도 참전했습니다. 음악 감독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지아키노의 연출 데뷔작인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죠.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로라 도널리, 캐리 존스, 해리엇 샘슨 해리스 등이 이름을 올린 작품으로, 러닝타임이 52분이라 큰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비밀리에 활동하던 괴물 사냥꾼들이 어둠 밖으로 나옵니다. 전설 속 사냥꾼인 블러드스톤 가문의 유물을 놓고 벌이는 사냥 대결을 위해서였죠. 잡히기만 해도 온 몸이 불타 죽게 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활보하는 사냥터에서, 그 괴물을 잡아야만 끝나는 살육의 장이 펼쳐집니다. 그 중심엔 남들과 촉망받는 사냥꾼 잭과 블러드스톤 가문의 탕아 엘사가 있었죠.


 흑백 화면과 고정된 시점, CG보다는 분장에 힘을 싣는 등 여러모로 고전 공포 내지는 괴수물의 자취를 의도적으로 따른 작품입니다. 화면은 상대적으로 조악하더라도 유혈을 묘사하는 데에는 의외로 거리낌이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의 영화들을 충실하게 재현했죠. 따라서 디즈니 플러스 작품으로 보나 마블 스튜디오 작품으로 보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마블 유니버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는 하나, 여느 마블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알고 보아야 하는 사전 정보는 없습니다.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엘사 블러드스톤, 맨싱 등 모든 등장인물이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며, 다른 작품들에서 보았던 소품을 배경에 숨겨놓는 등 최소한의 연결점조차 없죠. 이 정도면 같은 세계관이라는 설명이 어색할 지경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러닝타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도를 어렵지 않게 설명합니다. 압도적인 사냥 기록을 보유한 잭 러셀은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블러드스톤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엘사에게선 삐딱한 활약을 기대하게 되죠. 위기의 순간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등 자잘한 전환점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구요.



 다만 벌어지는 사건들의 규모가 꽤 작은 편이라 하이라이트로 삼을 만한 장면은 없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맨싱에 비하면 주인공 잭의 활약상이나 외양은 다소 처지는 편이죠. 특히 잭은 어쩌면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만나 함께 활약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잠재력을 키우는 대신 작품 자체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기능합니다.


 외모 면에서나 성격 면에서나 과거 크리스틴 리터의 제시카 존스와 겹치는(?) 엘사 쪽도 아쉽습니다. 원작 코믹스의 인기만 보아도 이런 대접에 만족할 인물이 아닌데, 비중은 잭 못지않음에도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에서 닫혀 버린 듯하죠. 주인공이 되어 능동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듯한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세계관의 연장선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었다면 다듬을 구석이 오히려 적었을 작품입니다. 할로윈 스페셜 에피소드답게 짧고 굵은 집중력에 만족할 만한, 한 번 재미있게 보고 잊어버릴 정도의 인물과 사건들이 뭉쳐 있죠. 그러나 거대한 뿌리가 있고 어쩌면 더 많은 가지를 내어야 하는 작품으로는 부족한 점이 더 많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따지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왕관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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