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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19. 2022

<폴: 600미터> 리뷰

욕심에 계속 위태롭게


<폴: 600미터>

(Fall)

★★★


 <버스 657(Heist)>의 스콧 만 감독이 내놓은 신작, <폴: 600미터>입니다. <샤잠!>의 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와 <백 투 더 비기닝(Project Almanac)>의 버지니아 가드너가 주연을 맡았고, 메이슨 구딩과 제프리 딘 모건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죠. 북미 본토엔 지난 8월 중순 개봉되었고, 300만 달러를 들여 16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국내엔 조금 늦은 11월 16일 개봉되구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드레날린 가득한 탐험을 즐기던 베키. 그러던 어느 날 등산 중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1년이 다 되어 감에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절친 헌터는 옛 경험을 살려보자며 600미터짜리 전파 타워 등반을 제안하고, 도움의 손길마저 뿌리칠 수는 없었던 베키는 헌터와 함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길을 떠납니다.


 <베리드>, <47미터>, <언더 워터> 등 고립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생존 스릴러입니다. 이번 무대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 도움 청할 곳도 없는, 두 사람 걸터앉기도 버거운 600미터 상공의 전파 타워죠. 가진 것이라고는 별 도움 되지 않을 것만 같은 배낭 하나뿐, 탁 트인 시야에도 뭐 하나 눈에 걸리는 것이 없어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쏟아지는 졸음에 삐끗했다간 곧바로 황천길로 향하게 되죠.



 주어진 환경과 재료로 긴장 상황을 뽑아내는 능력이 준수합니다. 사실 동종 상업 영화 내지는 장르 영화가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덕목이기도 하죠. 가진 것은 한정되어 있는 와중 주인공들의 지능을 의심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저런 탈출법을 도모하고,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로 강약을 조절하며 보는 이의 심장과 간을 들썩대게 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입장에서도 손발 끝이 저릿저릿한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타면 내부 장기 위치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데, 편안한 극장 좌석에서 그 감촉을 다시 느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네요. 그런 장면 연출을 성공했음에도 남발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활용하는 자제력도 발휘합니다.



 다만 인물 쪽에서는 그 자제력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관객들과 초면인 베키를 어떻게든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는지, 전파 타워 등반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욱여넣었죠. 용기내어 치유하지 못했던 아픔을 능동적으로 이겨내는 전개만으로 모자라 아빠, 친구, 남편 등 일생일대의 교차점들을 단 하나의, 어쩌면 우연하기까지 한 사건에 죄다 엮어내려다 보니 몰입이 과합니다.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현실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무리수의 비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설득력에 조금씩 금이 갈수록 굳이 이 복잡하고 내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목숨을 걸고 SNS 업로드용 영상을 찍으며 600미터 타워를 기어오르는 것뿐이었는지 되묻게 되죠. 그토록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 온 사람들이 짧은 로프 하나만 달랑 갖고 왔다는 사실이 새삼 눈에 걸리는 순간 돌이킬 수 없습니다.



 눈을 감아야 할 지점들에서 적당히 눈을 감으면 장르 영화로 즐기기엔 기대 이상의 재미를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애써 돌린 시선을 영 가만히 두지 못하는 구석들이 점점 늘어나며 주인공들만큼이나 위태로워지죠. 살면서 이런 깨달음을 이렇게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긍정적, 이런 깨달음을 이렇게밖에 얻을 수 없겠냐고 생각하면 부정적인 감상으로 끝맺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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