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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7. 2023

<동감> 리뷰

주파수도 모르고 다이얼만 이리저리


<동감>

★★☆


 작년 2월 <고백>을 내놓았던 서은영 감독의 신작, <동감>입니다. 2000년 김하늘과 유지태를 주연으로 제작되었던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로, 시간대별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어 여진구와 조이현이 주연을 맡았죠. 거기에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박하선, 유재명 등이 함께해 지난 11월 16일 개봉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관객수 23만 명을 동원했는데, 원작의 당시 성적이 34만 명임을 떠올리면 다소 서글픈 숫자죠.



 1999년, 한국대학교 95학번 용은 첫눈에 반한 과 후배 한솔을 사로잡기 위해 절친 은성에게 HAM 무전기를 빌립니다. 2022년, 한국대학교 21학번 무늬는 인터뷰 과제를 위해 아빠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HAM 무전기를 작동시키죠. 개기월식이 일어난 날,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기적처럼 연결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며 특별한 감정을 쌓아갑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 남녀라니, 이제는 특정 작품의 리메이크라고 하는 것이 어색할 만큼 비교적 흔한 설정입니다. 연결된 둘이 직접 이어지지는 않음이 오히려 신선한 포인트가 되겠네요.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또래 이성일 필요는 없는 것도 같지만, 어쨌든 왜인지 모르게 설레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이보다 나은 설정이 없기도 합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동감>은 로맨스 영화라기보다는 청춘 영화에 가깝습니다. 쉽게 방황하고 쉽게 길을 잃는 두 명의 청춘이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서로의 빈 자리를 보듬으며 각자의 앞으로 나아가죠.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랑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모험을 해야 한다는 등 결정적인 조언들은 비단 사랑에만 국한된 것들이 아닙니다.


 귀엽고 깜찍하다는 수식은 다분히 주관적이죠.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감>은 긍정과 부정의 한계선을 영화의 기승전결에 걸쳐 아슬아슬하게 넘나듭니다. 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때때로 넘었다가 돌아오길 반복하는 편이죠. 받아들이기에 따라 웃고 넘길 수 있는가 하면 참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은 편입니다.



 영화의 많은 것을 바로 그 주관적인 감상에 기댔습니다. 가진 인물과 설정들을 토대로 비교적 객관적인 개연성을 쌓아올리기보다는, 관객 각자의 감성과 몰입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장치들로 영화를 가득 채웠죠. 그저 모두가 착하고 사랑스러운 청춘 영화의 전형적인 인물 관계도에서 주인공들을 향한 주관적인 팬심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개연성의 예를 들자면 무전기가 있겠죠. 2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만남이라는 설정은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다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기능에 만족합니다. 훨씬 많은 장르적 가능성이 있었지만, 오히려 무늬의 가족 등 어련히 나올 줄 알았던 이야기조차 꺼내들지 않습니다. 가진 것에 집중했다기보단 괜히 다른 걸 보여주었다간 갖고 있는 것들조차 망가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죠.



 이처럼 당연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들이 나오지 않는 와중, 통으로 덜어내도 무관한 캐릭터는 단 한 명으로도 과합니다. 유재명의 수위 아저씨가 대표적이겠죠. 적당히 나오는가 싶더니 언뜻언뜻 비중을 늘리려는 시도들이 보이고, 그런 시도에 무색하리만큼 아무 것도 아니었던 조연으로 마무리되니 괜시리 집중을 빼앗긴 것처럼 느껴집니다.


 김혜윤의 한솔과 나인우의 영지는 요즘 한창 나오는 대화용 AI보다도 메마르게 움직이고, 레트로 감성을 노렸다고 하기에는 시대적 소재부터 삽입곡에 이르는 활용 방식도 의문스럽습니다. 특히 극이 가장 고조되었을 때 흘러나오는 김광진의 '편지'는 의도와는 거의 정반대 효과를 내는데, 지금 이게 감정의 동요를 노린 것이지 코미디를 연출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죠.



 극 초반 영지의 대사에서 나온 운명론을 포함, 어느 모로 보나 여진구의 용을 능동적인 주인공으로 설정했어야 맞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흥밋거리나 극적 전환은 용에게서 비롯되구요. 그럼에도 영화는 시작과 끝을 조이현의 무늬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어쩌면 가진 것을 활용하지 못함을 넘어 스스로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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