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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26. 2018

<후드> 리뷰

관짝에 활질


<후드>
(Robin Hood)
★★


 빌헬름 텔과 더불어 서구권을 대표하는 화살잡이 의적, 로빈 후드가 다시 한 번 돌아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제작된 영화가 2010년 러셀 크로우를 주인공으로 한 <로빈 후드>였죠. 이번엔 영국 드라마 <허슬> 시리즈의 감독인 오토 바서스트가 메가폰을 잡고,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과 제이미 폭스, 벤 멘델손, 제이미 도넌이 만났습니다. 



 연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귀족 도련님 로빈에게 어느 날 징집 명령이 떨어지고, 전쟁통의 무자비한 학살을 견디지 못한 그는 4년만에 고향으로 쫓겨나죠. 돌아온 고향은 주 장관의 폭정에 난장판이 된 것은 물론, 모두가 로빈을 죽은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택도 연인도 사라진 현실에 좌절하던 그의 앞에 전쟁에서 만났던 존이 나타나고, 그렇게 세상을 뒤집으려는 두 남자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후드>는 역대 로빈 후드 영화들 중 가장 가볍고 오락적입니다. 다른 말로, 시리즈로 갈 준비가 만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1편이 되는 이번 영화는 영웅의 탄생과 첫 번째 모험을 다루는 자리입니다. 부러울 것 없던 귀족임에도 불구, 자신의 동료였던 권력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백성의 편에 서는 과정을 그리죠. 앞으로 꾸준히 나올 캐릭터들 또한 각자의 위치를 찾아나가구요.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별 생각 없이 보다가도 응? 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고는 굉장히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려 합니다. 영화적 허용이라는 것도 잘 나가다가 가끔 삐끗했을 때 웃어넘기는 경우일 텐데, <후드>는 모든 상황을 거기에 맡기도 있습니다. 뒤따르는 설명을 기대하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그래서 놀랍습니다.

 주인공 로빈부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포로로 잡은 상대편의 아들이 처형당하는 것은 두고보지 못하지만, 동네 금고를 지키는 경비병의 머리에 화살을 박는 것은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관성이 없으니 개성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없습니다.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고, 정의감에 불타는 의적도 아닙니다. 차라리 막대한 돈을 내고 '로빈 후드 어드벤쳐'라는 마을급 체험 놀이기구에 탑승한 청년이라는 설정이 더 현실적입니다. 

 악당이랍시고 나오는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 장관에겐 유년 시절에 학대를 당했다는 설정이 쓸데없이 발목을 잡고, 대립하게 되는 용병과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서로를 살려 주는 순간이 이어집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정쩡한 선과 악의 경계선이 한층 더 흔들립니다. 연인 캐릭터는 이렇다할 존재 이유조차 보여주지 못합니다. 몰입하고 공감을 할 구석이 없습니다.



 기본이 되어야 할 액션마저도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화살을 주 무기로 삼았으면 응당 만들었어야 할, 연출해냈어야 할 명장면은 기대도 할 수 없습니다. 주먹과 칼 대신 활을 든 이유도 결국엔 없습니다. 되는 대로, 순간의 상황이 이끄는 대로 쏟아낼 뿐입니다.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으나 개봉 첫 주차까지 반의 반도 회수하지 못했고, 이대로라면 대놓고 예고한 속편은 다음 리부트로 또 다시 넘겨야 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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