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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7. 2023

<커넥트> 리뷰

연결점 없이 이어붙이기만


<커넥트>

★★


 신대성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플러스 신작 시리즈, <커넥트>입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 <악의 교전>, <라플라스의 마녀> 등을 만든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죠. 정해인을 주인공으로 고경표, 김혜준, 김뢰하, 장광, 양동근, 조복래, 정석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12월 7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6부를 한 번에 공개했구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자기 자신조차 어떤 이유로 어떻게 커넥트가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주인공 동수는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합니다. 오른쪽 눈을 잃은 충격에 놀라기도 잠시, 자신의 눈을 이식한 남자가 보는 광경이 동수에게도 보이기 시작하죠. 설상가상으로 눈의 주인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임이 밝혀지며 동수는 끈질긴 추적에 나섭니다.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처럼 강력한 신체 재생 능력자가 주인공인데, 그런 주인공의 눈을 가져간 사람이 다름아닌 연쇄살인마죠. 능력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도, 연쇄살인마를 쫓는 주인공의 추격을 다룰 수도 있습니다. 각자 달라도 꽤 다른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소재들이 하나의 줄기에 묶여 있죠.



 최소한 초반 에피소드들은 그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커넥트가 무엇인지는 커넥트인 동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손가락질당하다가 이제는 목숨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쫓기는데, 평생을 도망치면서도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동수 또한 알고 싶어하죠. 마침 재생만 되는 줄 알았던 능력의 연장선으로 타인의 시야가 보이게 되면서 그 동력은 더욱 강해지구요.


 동수의 눈을 이식받은 진섭은 매즈 미켈슨의 한니발 렉터가 떠오르는 인물입니다. 시신을 엽기적인 수준으로 전시해 세간의 시선을 즐기고,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스스로를 일종의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 왔기에 남들은 평생 알 수 없을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귀한 임무를 타고났다고 여기죠. 그런 그에게 동수의 눈은 또 하나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바로 여기서 그쳐야 했습니다. 둘 중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결된, 쫓는 자와 쫓기는 자를 순간마다 바꾸는 두 사람의 대립에 드라마의 모든 소재와 사건들을 집중해야 했죠. 눈을 되찾고 진섭을 처단하는 동시에 커넥트의 비밀을 캐려는 동수, 작품 활동과 단순한 살인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진섭 등 이 둘의 대결 그 자체도 꽤 다양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인물과 인물을, 설정과 설정을 더하고 또 더합니다. 둘의 대립에 개입하고 끼어드는 조연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이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험한 무당 집안이라서 결정적인 증거를 보면 코피가 흐르는(?) 최 형사, 어릴 적부터 커넥트와 인연이 있어서 그 정체를 캐는 의문의 조력자 이랑, 라미네이트에 실패하고 놀람 중추가 손상된 것처럼 보이는 장기밀매 조직원들이 있죠.



 동수가 만든 자작곡이 마음에 들어서 홀랑 가져가 발표하겠다는 최정상 뮤지션 Z,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또 보게 되는 장기밀매 의사도 있습니다. 다들 설정만 보면 최소 주연급 조연들의 옴니버스식 집합이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이들을 단 하나의 사건에 모두 결부시키려 억지를 씁니다. 하나의 만화가 아니라 여러 만화의 주인공을 억지로 한데 모은 것만 같지요.


 이는 그러지 않아도 번역체와 문어체가 가득한 대사와 맞물려 점점 드라마의 틀을 벗어납니다. 벌어지는 사건은 한정적인데 죄다 주인공을 자처하는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쳐야 하니 쓸데없는 의미부여만 많아지고 현실성은 떨어지죠. 그러는 동안 분명 현실 세계를 무대로 두고 있음에도 주인공부터 단역과 일반 대중까지 누구도 말이 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동수는 재생 능력을 제외하면 보통의 유사 장르 주인공에게 기대할 법한 추리력, 행동력, 근력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비중을 가져갑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매번 똑같은 옷에 똑같은 안대를 하고 다니는 답답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에피소드의 절반은 문법적으로 맞기나 한가 싶은 자작곡 가사가 깔리며 안대를 쥐고 끙끙댈 뿐이죠.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빛부터 말투까지 자신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그것도 아주 당당한 기개로 뽐내는 인물들뿐임에도 막상 대립각이나 전개 방식은 아주 전형적이죠. 그토록 오래 기다려서 만난 뒤엔 사람이 왜 죽는다고 생각하냐는 둥 사이코패스 학원에서 나눠주는 교재마냥 뻔한 대사들로 일관하고 있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짧다면 짧은 6부는 비슷한 장면과 순간의 반복을 끝이 나고, 정작 중요하고 설명되어야 하는 것들은 아주 용감하게도 다음 시즌을 위해 죄다 남겨둡니다. 분명 하나의 시즌이 끝났는데 해결된 물음표보다 새로 생긴 물음표가 더 많습니다. 상처 부위를 비집고 나오는 촉수들만큼이나, 그걸 계속해서 보여주려고 끌어올린 관람등급만큼이나 그저 겉보기에만 치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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