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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8. 2023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리뷰

이 모험은 고양이가 했습니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Puss in Boots: The Last Wish)

★★★☆


 <슈렉> 시리즈에서의 인기로 단독 영화까지 따냈던 우리의 귀요미가 돌아왔습니다. <슈퍼배드> 시리즈에서 뻗어나온 <미니언즈>보다 먼저 외전의 가지를 드리웠던 <장화 신은 고양이>의 속편, <끝내주는 모험>이죠. 2021년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를 내놓았던 조엘 크로포드가 감독을 맡아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존 멀레이니, 플로렌스 퓨, 레이 윈스턴, 올리비아 콜먼 등이 이름을 올렸네요.



 아홉 개의 목숨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다가 마침내 마지막 목숨에 도달한 장화 신은 고양이. 하루하루 죽음에게 쫓기는 몸이 된 그에게 천금과도 같은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별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였죠. 잃어버린 목숨을 되찾고 다시금 영웅이 되기를 꿈꾸는 우리의 장화 신은 고양이는 뜻밖에 합류하게 된 동료들과 함께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납니다.


 돌아오긴 했는데 환영 인파가 적습니다. 1편의 인기가 괜찮기는 했지만, 신드롬을 불러올 만큼 엄청나지는 않았습니다. 슈렉 시리즈는 맥이 끊겼고, 귀여움을 무기 삼은 캐릭터들의 머릿수도 급격히 늘어났죠. 안토니오 반데라스나 셀마 헤이엑의 명성도 이전만 못하면 못했지 올라가지는 못했구요. 그런 와중에도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편이 나왔으니 확신이 대단했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실험적이기보다는 안정적인 노선을 택합니다. 모든 방면에서 진입 장벽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죠. 알면 좋고 몰라도 되는 것을 넘어 아예 슈렉 시리즈조차 몰라도 감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저 목숨 많은 팔자 믿고 설치던 열혈 주인공의 모험 겸 갱생기라고 보면 어느 누구를 대입해도 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와 키티의 과거사 또한 이번 영화에서도 충분히 설명되구요.


 슈렉과 장화 신은 고양이를 기억하는 세대의 추억을 겨냥하기보다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금 겁나먼 왕국(Far Far Away Kingdom)의 명성을 한 발짝씩 되찾고자 한 것처럼 보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액션 장면에서는 사선으로 강조 표시를 넣거나 의도적으로 프레임 수를 떨어뜨리는 등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조금씩 이어지구요.



 줄거리상의 개성은 크지 않습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던 우리의 주인공이 친구와 동료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아마 어린이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들이 가장 흔하게 택하는 기승전결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신 내지는 고집을 꺾지 않던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때문에 동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과정의 재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캐릭터의 개성으로만 따지면 장화 신은 고양이만큼이나 외전 시리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키티 말랑손은 물론, 이번 작품에 새로 등장해 네 발 달린 긍정 에너지의 화신으로 돌아다니는 강아지 친구(이름은 최후반부에 결정됩니다)도 마찬가지죠. 골디락스와 곰 가족, 잭 호너 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흥미로운 쪽은 초반부에 등장했음에도 정체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늑대입니다. 운이 필요할 땐 운으로, 실력이 필요할 땐 실력으로 살아남아 온 장화 신은 고양이를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캐릭터죠.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별은 각본이 필요로 하는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큰 설정이라 다소 터무니없는 인상이 있는 반면 이 쪽의 이야기는 꽤 깔끔한 편입니다.


 이처럼 오히려 영화의 줄기가 되는 사건들보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에피소드나 소소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더 큽니다. 잭 호너의 양심을 자처하는 벌레(?)는 디즈니 플러스식 숏폼 시리즈가 있다면 챙겨보고 싶을 정도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슈렉 시리즈에서 장화 신은 고양이 시리즈가 뻗어나온 근원적 동기일지도 모르겠네요.



 무난하고 안전해 뒤돌아서면 기억날 것들보다 잊어버릴 것들이 더 많지만, 명장면과 명대사들도 한 주먹 정도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보아도 소소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죠. 다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세를 보면 이런 뒷맛의 속편들은 흥행 성적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최후반부 꺼내든 비장의 무기를 계속 써먹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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