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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8. 2023

<메간> 리뷰

무섭고 싶은 인형놀이


<메간>

(M3GAN)

★★☆


 2014년 <하우스바운드>로 감독 데뷔한 제라드 존스톤의 신작, <메간>입니다. 유니버설 픽쳐스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손을 잡고 제임스 완이 제작자로 나서는 등 호러 영화가 갖출 만한 상업적 지위들을 잔뜩 들고 있죠. 앨리슨 윌리엄스, 바이올렛 맥그로우, 에이미 도널드/제나 데이비스(메간의 몸통(?)과 목소리)가 이름을 올려 지난 1월 25일 개봉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소녀 케이디. 로봇 엔지니어이자 케이디의 보호자가 된 젬마는 케이디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프로그램이 입력된 AI 로봇 메간을 선물합니다. 언제나 케이디의 곁에서 울고 웃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가는 메간. 어느 날 케이디가 위험에 처하자 메간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피의 보호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준 로봇이 흑화하여 사람을 썰고 다닙니다. 아주 신선하지도 않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이 설정이 바로 <메간>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하나의 문장이 곧 영화가 되었고,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어느 하나 예상을 벗어나는 지점이 없습니다. 딱 하나 억지로 찾자면, 오히려 생각보다 영화의 수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는 것이 있겠지요.



 문명의 발전을 다소 뒤틀린 시각으로 바라본 TV 시리즈 <블랙 미러>의 기준으로도 딱히 신선한 구석은 많지 않고, 악귀 들린 인형들 하면 야상 점퍼 입고 조용히 찾아올 것 같은 <수퍼내추럴>의 윈체스터 형제에게도 시시한 상대입니다. 오히려 악귀나 유령이 아니라 뒤틀린 AI라는 점에서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함에도 이를 상대하는 주인공들의 물리적, 환경적 제약이 영화를 억지로 이어지게 하죠.


 애초에 각본에 대단한 완성도를 바라는 영화도 아니라고 한다면 상업성이라도 만족스럽게 끄집어내야 할 텐데, 왜인지 <메간>은 더 나아갈 수 있는 순간에도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 발걸음을 멈춥니다. 기술의 발전을 걱정하고 경고하기엔 지나치게 가벼우면서도, 혼자 정해 놓은 제작비와 관람등급 상한선이 있는 것처럼 좀체 전진하지 않죠.



 이 주저함은 곧 소재의 한계입니다. 흑화한 AI가 나아갈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 많음에도 <메간>은 그저 어린이집 소꿉장난에 만족합니다. 사람의 귀가 잡아뜯기는 장면이 있음에도 미국에서 PG-13 등급을 받은 것이 기적이긴 하지만(국내는 15세 관람가), 그 한 번의 일탈로 모든 기운을 소진한 듯 최후반부 클라이막스는 <로보캅>의 유튜브 패러디 정도에 지나지 않죠.


 인간 캐릭터들은 주연으로 칠 만한 머릿수도 얼마 되지 않음에도 아무런 잠재력이나 활약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모든 순간엔 그저 등장했던 첫 장면에서 짐작할 수 있었던 행동만 뻔하게 이어간 뒤 자신들 탓에 벌어진 이 엄청난 사건에서 마치 인류를 구원한 영웅들처럼 행동하죠. 그저 애 보기가 귀찮아서 내린 선택의 말로들인지라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어도 별 감흥은 없을 듯 합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화제가 될까말까 싶은 소재와 전개입니다. 어찌됐건 제작비 12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에서 1억 7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덕에 <메간 2.0>이라는 제목의 속편까지 2025년 개봉을 확정지어 두었죠. 고전이 된 <스크림>, <할로윈>이나 가장 최근의 <스마일>에 이르기까지, 저예산 공포 영화들이 받아보는 깜짝 성적표들은 언제 봐도 새삼스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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