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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8. 2023

<문맨> 리뷰

귀퉁이마다 이지러진 웃음


<문맨>

(独行月球)

★★☆


 2017년 <수수적철권>으로 감독 데뷔한 장츠위 감독의 신작, <문맨>입니다. <마음의 소리>로 이름을 떨친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두었으며, 감독의 전작에서도 함께했던 두 주연 선텅과 마리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죠. 중국에선 작년 7월 말 개봉되어 4억 6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으나, 국내엔 지난 1월 11일 개봉되어 관객수 7천 명이라는 서글픈 성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달을 방패 삼아 소행성을 막으려던 인류의 전지구적 계획이 실패하고 모두가 철수하던 날, 혼자 남몰래 흠모하던 상사 생각에 젖어 있던 정비공 독고월은 지구 귀환 셔틀을 놓치고 맙니다. 어쩌면 집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절도 잠시, 소행성과 충돌하며 망해버린 고향 행성의 모습에 독고월의 머릿속도 터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나 혼자 달에 고립됐는데 돌아갈 지구가 멸망해 버리다니, SF 장르 창작물의 도입부로는 이보다 큰 관심을 사로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예산 스릴러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죠. 액션은 물론 호러까지도 소화가 가능하겠구요. 그럼에도(?) <문맨>은 어쩌면 커다란 예산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우선순위의 상단에서 밀어내야 할 코미디를 택했습니다.



 코미디라는 단어는 <문맨>이 내미는 많은 사유서를 대변합니다. 독고월의 눈에 지구는 분명히 망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구로 돌아가는 것뿐이기에 귀향을 택합니다. 그 와중 사실 망하지 않았던 지구에선 독고월의 송환을 돕기 위해 전지구적 지원을 시도하지만, 어디 하나 폐허가 아닌 곳이 없기에 큰 도움을 주기는 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죠.


 설정만 들어서는 만들어낼 수 있는 갈등 상황이나 사건의 잠재력이 꽤 대단해 보이지만, <문맨>은 그런 곳에 관심을 두는 영화가 아닙니다. 순간마다 걸리는 웃음 포인트들을 살리는 것이 전개의 최우선 목적이죠. 때문에 인물이나 사건이 말이 되는 방향과 웃기는 방향으로 나뉘는 두갈래길에 멈춰설 때마다 영화는 주저하지 않고 웃기는 방향을 택합니다.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도 다소 고전적입니다. 과장된 무언가가 나오면 어이없어하는 주변 인물들의 표정을 또 과장되게 보여주는 작업의 반복이죠. 집중을 요구하는 웃음보다는 몸 개그나 욕설처럼 일차원적인 웃음이 대다수입니다.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해 봤자 극초반부 등장하는 독고월의 동료(?)가 있는데, 원작에서 워낙 유명한데다 등장 이후엔 큰 활약 없이 옆에 있기만 하는 터라 쓸모가 빠르게 사라지죠.


 코미디 영화들은 그러지 않아도 똑같은 상황의 긴장감이 비교적 떨어지는 편입니다. 누군가가 위기에 처해도 별 탈 없겠다 싶은데 역시나 심심하게 지나가죠. 그런데 <문맨>은 달에 혼자 남겨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는지, 애초에 주인공이 처하는 위기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안 웃겨서 웃지 못하는 사람에겐 남은 먹을거리가 한 손으로 세기에도 부족하죠.



 결국 <문맨>이 지향하는 코미디와 맞지 않으면 SF도 로맨스도 아닌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광경만 남는다는 것인데, 이토록 목표물이 한정적인 시도치고는 들인 노력이 지나치게 큰 편입니다. 소품으로도 활용하지 않을지언정 어쨌든 달이라는 공간에서 기지를 지어 놓고 활동하는 풍경은 담아냈는데, 이런 식으로 웃기기만 할 영화였다면 딱히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하는 순간의 모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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