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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8. 2023

<크리드 3> 리뷰

사나운 야망의 독무대


<크리드 3>

(Creed lll)

★★★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 시리즈에서 삐져나온 <크리드> 시리즈가 어느새 3편을 맞이했습니다. 1편의 라이언 쿠글러, 2편의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에 이어 이번 3편은 주연배우 마이클 B. 조던이 직접 감독까지 맡았죠. 전편의 출연진들이 대부분 복귀했고,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 중 하나인 조나단 메이저스가 합류했습니다. 국내엔 오는 3월 1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되죠.



 록키의 후계자이자 월드 챔피언으로 권투계를 장악한 아도니스 크리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완벽한 삶을 살던 중 과거 친형제처럼 지냈던 데미안과 재회합니다. 무려 18년 동안의 감방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에 나온 데미안은 그가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는 크리드와 충돌하고, 각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달린 일생일대의 대결이 서서히 막을 올립니다.


 세 번째 영화로 돌아온 그의 곁에 록키가 없습니다. 1편에선 록키에게 훈련을 받았고, 2편에선 아이반과 빅터 드라고라는 록키의 유산을 처리했던 크리드가 이번에는 완전한 홀로서기에 도전했죠. 의식적으로 그의 흔적을 배제하려고 한 듯, 은퇴 이후 복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일생일대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록키 발보아라는 이름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습니다.



 <크리드>가 다른 스포츠가 아닌 복싱 영화로 굳어질 수 있었던 것은 록키 발보아라는 이름 덕분이었습니다. 록키는 단순히 '아도니스 크리드의 스승'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록키 시리즈는 물론 크리드 시리즈의 영혼이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큼 커다란 이름이기에 <크리드> 시리즈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언젠가 떨쳐내야 할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이자 감독이 된 마이클 B. 조던은 록키가 빠진 자리에 크리드의 더 많은 것을 더했습니다. 점점 청력을 상실하고 있었던 연인 비앙카는 자신의 노래를 자신이 부르지 못하는 아픔을 숨기고 있었고, 딸 아마라는 세계 챔피언인 아버지 밑에서 그저 힘이 전부가 아님을 차차 배워나갑니다. 어머니 메리는 일평생 크리드가 옳은 길로 나아가기만을 자신의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바라고 또 바랐었죠.



 그리고 거기에 데미안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크리드의 형제와도 같았던 그는 불의의 사건으로 감옥에 갔죠. 장장 18년을 안에서 보내면서 그의 내면엔 세상을 향한 분노가 자리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가까이 지냈음에도 단 한 번의 연락도 하지 않았던 크리드에게도 그 마수를 뻗치죠. 소위 말하는 '인간 자체가 강한', 인자강 그 자체인 데미안은 앞에 서는 모든 사람을 박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크리드 3>가 시리즈의 3편임에도 마치 출발점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전까지 록키 시리즈와 연결되어 있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3편에서야 새로이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하나의 영화를 꾸렸죠. 갈등 관계와 설정들은 처음 나오거나 이전에 나왔더라도 록키와 연관이 없었던 것들입니다. 주연을 넘어 시리즈를 총괄하게 된 마이클 B. 조던의 야망이 엿보이는 구성이죠.



 그런데 록키를 배제하는 것은 곧 복싱을 배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족 드라마도 좋고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하는 크리드의 모습도 좋지만, 정작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수단이 복싱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록키는 록키가 있었기에 여느 스포츠 드라마에서 복싱 영화로 진화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시도가 뒷걸음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죠.


 결국 복싱을 이 무대에 억지로 끼워넣으려다 보니 설득력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드는 여기저기 고장난 몸으로 은퇴한 지 3년이 지났고, 데미안은 심지어 그보다도 나이가 많습니다. 제아무리 타고난 싸움꾼이라고 쳐도 청소년기부터 18년을 감옥에서 있다가 출소하자마자 프로 데뷔전인 동시에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치르는 그림은 그저 복싱을 전개를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취급한 결과겠지요.


 1편의 리키 콘랜은 애초에 크리드의 상대가 아니라 록키와 크리드의 관계에 집중한 영화였기에 상대가 밋밋해도 상관이 없었고, 2편의 빅터 드라고는 이반 드라고의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많은 설명을 건너뛰었죠. 그러나 3편은 전편들의 영광을 내려놓았음에도 정작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데미안 말고도 비앙카, 아마라, 메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이 크죠.



 마이클 B. 조던의 야망이자 욕심은 화면 연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격투씬만 해도 건조하고 사실적인 묘사 대신 한껏 오락적이고 영화적인 기교로 대체되었죠. 기껏해야 슬로모션만 쓰던 전편들과 달리 마주보는 눈이나 타격 부위를 확대해 교차하고 속도감을 위해 화면을 끊임없이 전환합니다. 효과음과 음악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감정선과 경기의 흐름을 강조하구요.


 서로가 건너편에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사람이라든가,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조명이 들어온 밤길을 한가운데에 서서 질주하고, 두 사람이 붙은 링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객석이 텅 빈 가운데 둘만 남는 등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도 종종 등장합니다. 1편과 2편에서 자신이 메가폰을 잡지 못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전부 적어두었다가 마음껏 하는 것만 같죠.



 때문에 크리드 이야기의 연장선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손에 꼽을 복싱 영화라는 수식에는 덜 충실한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보기에 따라 전자를 더 중요시하는 팬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딘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죠. 그나마 그것이 의도된 것임을 숨기지 않는데, 한 번 정도는 그런 당찬 자신감만으로 지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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