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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리뷰

심취한 공익광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김태준 감독의 데뷔작이자 임시완, 천우희, 김희원, 박호산, 오현경 등이 뭉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입니다. 시가 아키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일본에서 만든 동명의 영화도 2018년 개봉된 바 있죠. 촬영 당시만 해도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2월 17일 공개되었습니다. 공개 이후 넷플릭스 전세계 영화 순위에서는 2위까지 올라갔었구요.



 평범한 회사원 나미는 퇴근길 술에 취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립니다. 우연히 그걸 주워든 준영은 계획적으로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취미, 취향, 직업, 동선, 경제력, 인간관계 등 나미의 모든 것을 알아내죠. 하나둘씩 어긋나는 일상에 나미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하지만,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해 온 준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가까이 온 뒤였습니다.


 밖에 나가 어느 곳을 보더라도 스마트폰에 고개를 푹 박고 있는 사람 한 명쯤은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의도하지 않았거나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치거나, 길을 잘못 들거나,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치거나, 심지어는 자전거나 차에 치일 뻔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는 일상의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에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새로운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죠.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구요. 그렇게 일상을 서서히 잠식하는 스마트폰은 마침내 일상 그 자체가 되어 그것 하나만 있어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는 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나는 그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어긋난 의도를 지닌 손에 들어간 순간 나의 모든 것이 파헤쳐지고 감시당하며 파괴당할 위기에 놓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의 존재가 공포스럽지만, 영화는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조그마한 기계 하나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 자체로 거슬러올라가려고 하죠.



 그것이 집요하고 지능적인 연쇄살인마라는 또 다른 커다란 줄기와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영화는 목표한 시너지를 강제하기 위해 꽤 커다란 구멍들을 애써 무시합니다. 특이하거나 눈길을 사로잡는 설정으로 관객을 이끄는 작품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것을 안정적인 설득력을 지닌 기승전결에 녹여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스마트폰 액정 교체를 하면서 잠금 해제 패턴을 알려주는 것 정도야 대강 이해하고 넘어간다 쳐도, 틀어진 일상의 원인으로 최근 들어 갑자기 눈 앞에 자주 나타나는 외간 남자 대신 그 오랜 세월 자신의 곁을 지켜 준 친구를 지목하는 것부터 한숨이 나옵니다. 자신이 쫓는 용의자의 정보도 모른 채 굳이 찾아온다는 집 밖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차라리 이런 아둔한 짓을 한 명에게 몰아주면 소위 말하는 '발암 캐릭터'로 치부하고 다른 지점으로 넘어갈 수나 있는데, 여기처럼 누구 한 명을 희생할 수 없어서 여러 군데에 뿌리는 순간 각본 전체가 무너집니다. 저런 전적이 있는 인물이 나중에 당차고 꼼꼼함을 어필해 봤자 때는 늦죠. 바이러스에 감염된 핸드폰을 그냥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나미와 같은 피해자 입장의 캐릭터에게 '당한 사람이 바보다'라는 생각이 싹틀 아주 작은 여지만 주더라도 전제는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동력은 스마트폰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것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악랄하게 악용할 사람의 가능성으로만 구성되어야 했습니다. 이런 사람한테 당하고 이런 사람한테 속는 그림의 연속이라 판 자체가 시시해집니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하늘이 내린 운 덕에 목표한 바를 이룹니다. 그토록 지능적이고 영악하다던, 영화 스스로가 부여한 살인마의 명성은 그저 지금껏 할 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 덕에 용케도 버틴 세월이 되어 버리죠. 하려던 이야기와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그를 지탱하는 기승전결이 말이 안 되기에 들리지 않습니다. 현실을 비현실에 담아냈으니 아귀가 맞을 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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