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Jul 15. 2023

<샤잠! 신들의 분노> 리뷰

여태껏 애들 장난


<샤잠! 신들의 분노>

(Shazam! Fury of the Gods)

★★☆


 2019년 당차게 나온 1편에 이어 4년만에 돌아온 <샤잠! 신들의 분노>입니다. 1억 달러를 들인 1편이 3억 6천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기도 했고, DC 유니버스 소속 솔로 영화였으니 2편은 정해진 수순이었죠. 전편의 배우들이 모두 그대로 돌아왔고, 헬렌 미렌, 루시 리우, 레이첼 지글러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당초 작년 12월 <아바타: 물의 길>과 정면 대결할 예정이었으나 3월 15일로 살짝 미뤘구요.



 신들의 힘을 갖게 된 빌리와 친구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수퍼히어로의 삶을 즐깁니다. 그러던 그들 앞에 아틀라스의 힘을 되찾겠다며 그리스 여신 헤스페라와 칼립소가 나타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파괴된 신들의 세상을 복수하겠다며 인간 세상의 절멸을 선언하죠. 혼돈과 파괴로 무장한 그들 앞에서 빌리와 친구들은 세상의 명운을 건 거대한 전투를 시작합니다.


 1편의 호평과 불호평을 결정한 가장 큰 개성은 '유치함'이었을 겁니다. 1편 <샤잠!>은 마블이 사실상 재정의한 수퍼히어로 장르를 본의 아니게 초심으로 되돌린(?) 영화였죠. 총천연색 코스튬에 대사나 전개는 애들 장난 수준인데 능력은 거침없이 허랑방탕합니다. 초등학생의 공책에서나 펼쳐질 법한 설정들이 우르르 쾅쾅 충돌하면서 앞으로 뻗어나갔습니다.



 그래도 하나 잃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일관성이었습니다. 1편의 악당이었던 닥터 시바나 또한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긴 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자기 대신 간택받은 빌리를 향한 시샘 등이 겹쳐지며 꽤나 개인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했죠. 빌리 또한 능력을 막 얻은 꼬맹이에 불과했던 탓에, 분에 넘치는 능력을 얻은 철부지 둘의 깜찍한 투닥거림이라고 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2편은 다릅니다. 여느 수퍼히어로 영화들의 속편이 그러하듯 스케일을 훨씬 키웠죠. 인간 세상을 뿌리부터 파괴해 신들의 세상을 재건하겠다며 수천 수만 살 먹은 그리스 신들이 메인 악당으로 나섰습니다. 주문 한 번 외워서 신화 속 재난을 재현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과 그리스 신으로 군림했던 경험, 잔혹함으로 무장했죠. 보기엔 모를지언정 최소한 그렇다고 묘사되긴 합니다.



 여기서부터 불협화음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근래 나온 수퍼히어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유치했더라도 대쪽같은 일관성으로 지탱이 되고 있었는데, 일관성이 처음부터 적용될 수 없는 두 가지가 전제에서 공존하죠. 신의 힘을 가진 자들과 신들의 정면 대결은 더 이상 철부지들의 대결이 아닙니다. 한 쪽이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일방적으로 무너져 패배하는 그림이 나와야 맞죠.


 그러나 주인공은 샤잠 패밀리이기에 영화는 필연적인 밸런스 조정에 나섭니다. 빌리를 비롯한 주인공 일행의 유치함은 바꿀 수 없는 정체성 그 자체이기에 궁극적인 피해를 보는 쪽은 아틀라스 자매들이죠. 그리스 신들의 입지와 능력이라면 초능력이고 뭐고 그냥 밟고 지나가야 정상인 적들에게 쩔쩔매고 넘어가며 결과적으로는 패배하기까지 해야 하니 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영화는 신들의 맞대결이라는 중심 줄거리에 곁들인 전개로 빌리와 프레디 등 우리 아이들의 성장담도 다루려고 합니다. 빌리는 곧 18살이 되어 위탁 가정의 품을 떠나야만 하는 나이고, 프레디 또한 첫사랑을 만나고 내면의 중요함을 깨닫는 등 분명하고도 커다란 정신적 문턱을 넘어서야만 하죠. 그런데도 변신만 하면 방금 초등학교에서 하교한 아이들처럼 굴고 있으니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 일행 중 가장 비중이 많은 캐릭터들까지도 고정되다못해 정체된 개성에 머무르다 보니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메리는 초능력에 인질 잡힌 삶을 사는 것처럼 굴고, 달라는 꼬꼬마 시절의 위험하기까지 한 낙천성에서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죠. 유진과 페드로는 그저 머릿수 하나씩 늘린 것에 불과하구요. 어찌보면 가족과 가족의 대결임에도 그 어느 쪽도 뿌리까지 가족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빌리네에 맞추어 활동 연령을 조정당한 아틀라스 자매들은 들쭉날쭉한 목적성까지 겹치며 뻔한 순간에 '이제 끝이다', '모두 죽을 것이다'처럼 뻔한 대사만 날리는 전형적인 만화영화 악당으로 전락합니다. 원소와 혼돈을 다룬다며 자신하더니 결국 능력 활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력과 무력의 대결로 역시나 몰개성한 전개에 크게 한몫하고 말죠.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건 빌리 때문인 것 같은데, 어째 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딱히 빌리 덕분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만화적 장치들과 존재, 설정에 힘입어 어찌저찌 우당탕탕 굴러가긴 하나, 너무나 산발적이고 전형적이라 SF나 판타지를 가미한 그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등장해도 무관할 것 같죠.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관을 목표로 하는 영화에겐 치명적인 지적이 되겠습니다.



 액션의 규모는 크고 CG도 시원시원하지만, 그것으로 벌충하기엔 늘어지는 전개의 허술함이 너무 큽니다. 빨간 옷을 입고 취한 것마냥 재잘대는 입담으로 무장한 영웅 자리는 이미 거미 인간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가져간 지 오래인데, 캐릭터 자체의 정체성이 아니라 어려서 그렇다는 설명으로 운을 떼어 놓았으니 흘러가 버린 시간에 둘러댈 변명이 없어 퇴보하고 말았네요.

작가의 이전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